비판 의식이 가장 높은 아시아 국가는 한국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은 매우 놀랍습니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한 아시아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 나라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예외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민주주의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라든지, 정당활동 참여와 같은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비판적 태도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고 잘못된 문제을 비판할 수 있는 제도와 실제 그러한 실행이 얼마나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가장 높은 아시아 국가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위 그래프는 "시민들은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했고, 18세 이상 성인 23,500명을 대상으로 2022-2023년에 걸쳐 퓨 리서치 센터가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공개적으로(publicly)"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한국이 최상단에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이 모두 83%를 기록했습니다. 이 두 나라의 시민 대다수는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 두 나라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두 나라로 인정하고 있나 봅니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역동성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높습니다. 대만도 그러한가 봅니다.
그 다음으로 홍콩이 있는데, 사실 홍콩은 현재 중국에 완전 편입된 상태이고 조사하던 당시가 바로 그 문제로 홍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더 높은 수치가 조사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순서입니다. 태국은 왕실에 대한 비판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나라임에도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왕실은 정부와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근대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가 서구 국가 수준으로 성숙한 나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정권교체도 이루어지지도 않고 여전히 국회의원을 세습하기도 합니다.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이는 나라입니다. 적어도 정치를 보자면 그렇습니다.
싱가폴이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충분히 예견되는 결과이긴 합니다. 싱가폴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을지 몰라도 정치적 수준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오랫동안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장기집권하기도 했고, 최근까지도 야당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자행했던 국가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싱가폴을 "잘 사는 북한"이라고 조롱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고, 그 결과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놀라운 경제성장 역시도 정치의 발전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한번 성취하면 되는 트로피같은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유지해줘야 하는 아주 유약한 것입니다. 충분히 발전했던 민주주의도 잠깐의 무관심이면 순식간에 망가집니다. 그렇기에 높은 수준의 비판의식은 민주주의의 유지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나라 시민들은 대단히 높은 민주적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