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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운신의 폭

by @푸근 2015. 6. 15.

최근에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 그럴 것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준비도 하고 대비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경제위기는 언제나 힘들고, 막상 경제위기가 닥쳐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각 나라마다 다릅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싶어도 미리 엄청난 재정적자가 존재한다면 사실 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이렇게 각 나라 정부의 운신의 폭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점수화시켜 순위를 만든 자료가 있습니다.

 

 

 

위 지표는 세 가지 항목을 점수로 환산하여 합한 것입니다. (1)국가재정 측면에서 여유 (2)정부 예산적자, (3)이자율. 이 세 가지 항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를 계량화한 수치입니다. 이 숫자가 높으면 경제위기에 정부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숫자가 작으면 뭘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총점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졌지만 세부 항목도 클릭하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1위는 노르웨이이고 우리나라가 2위입니다. 세 가지 세부 항목를 따로따로 봐도 우리나라는 모두 2위입니다. 저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제법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남들보다 선택지가 더 많다고 해서 우리가 더 나른 결과를 얻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상위권 국가를 보면, 노르웨이, 한국, 호주, 스위스, 독일,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캐나다 순서입니다. 저 그림에 등장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인데, 일본은 최하위에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소개한 원래 기사는 국가 별 순위보다 2007년 대비 2015년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7년을 클릭해서 비교해보면 모든 나라의 점수가 하락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대면 톡하고 터지는 그런 위기상황 직전으로 인식하는 분들도 제법 됩니다. 보수적 판단으로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태도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비관론도 좋지 않습니다. 위 그림처럼 몇 가지 거시적 지표만으로 보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는 내수시장이 너무 작고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외부의 충격을 완화해줄 아무런 버퍼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가 터져서 100만큼의 위험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이 충격을 있는 그대로 다 받게 됩니다. 만약 내수시장이 충분히 크다면 외부의 충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그림의 랭킹을 그대로 안전한 정도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객관적 지표 몇 가지는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조금 낫긴 하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정부가 운신의 폭이 넓다고 해서 그것이 현명한 판단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선택지가 많아도 그 중에서 최악 중의 최악의 선택을 하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면 말짱 꽝!입니다.

 

사실 저 다이내믹한 인포그래픽을 봤을 때, 그림 자체가 이쁘고 애니메이션이 너무 멋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저런 건 어떻게 만드는지 참 궁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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