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고력 그리고 선거

오늘은 선거일입니다. 다른 모든 선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번 선거는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 그런 때가 없었기도 합니다.

 

올바른 선거를 위해서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와 그 사람이 내놓는 정책과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자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는 넘쳐나는데 질적으로 뭐가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피로도는 확실히 더욱 높아지긴 했습니다.

 

"The Irony fo the Information Age" Matt Wuerker (2014.05.20)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정보는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 뭔가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더욱 부족해지고 노이즈만 증가했습니다.

 

절대적인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대부분 편향되고 중복되고 무의미한 정보들 뿐입니다. 이것들을 쉽게 제거하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걸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과 무엇보다도 적절한 비판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판단력은 더욱 빈약해지고 있습니다. 판단력은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Passive" Joey Klarenbeek (2013)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그 어떤 정보와 항상 접촉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고의 여유를 없애 버립니다. 한발 떨어져서 스마트폰은 저 쪽에 두고 그냥 먼 산 한번 바라보면서 아니면 이러저리 서성이면서 잠시나마 혼자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저것에 대해서요. 무언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에 이어서 또 생각해 보죠 뭐. 그리고 생각을 기록해 봅시다. 키워드 몇 개라도. 문장 하나라도 충분합니다.

 

선거날입니다. 나의 결정이 무엇이든 간에 그 결정은 내가 한 것이라면 충분합니다. 내가 가서 어딘가에 도장을 찍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외부 의지의 캐리어가 아닌 내 의지로 연원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