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신조어 중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아 오랜 기간동안 사용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기레기"라는 단어입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이 모욕적인 말이 광범위하게 수용된 첫번째 이유는 바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나라들에게 언론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대중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인은 있지만 언론 전체가 높은 신뢰의 대상이 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보도록 합니다.
위 그래프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들이 자국의 뉴스를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퓨 리서치 센터에서 2018년에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쁘게 그려진 그래프입니다.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단순히 언론을 신뢰하는가 하는 질문보다는 다소 구체적인 질문입니다.
한눈에 봐도 우리나라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36%로 최하위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다수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언론기사를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부정하거나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밑에 그리스가 있습니다. 뭐라 딱히 할말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위로 스페인과 미국, 브라질, 러시아가 있습니다. 언론에 한정해서 말하면 다들 거기서 거기인 나라들이긴 합니다.
상위권을 보면, 네덜란드, 인도, 캐나다,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저 나라들의 언론사가 특별히 더 낫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적어도 위 그래프는 해당 국가의 언론사와 국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일반적인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 자료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 그래프 역시 퓨 리서치 센터의 자료를 활용하여 만든 것이지만 이것은 첫번째 그래프와 달리 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세부적인 수치는 첫번째 그림과 다릅니다.
세로축은 미디어에 대한 만족도입니다. 즉, 자국의 언론사에 대해 만족하는가 물어본 결과입니다. 가로축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입니다. 그러니까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선을 그려서 아래쪽에 위치한 나라들은 언론보다 정부의 신뢰가 더 높은 나라들이고, 위쪽에 위치한 나라들은 그 반대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그려진 자주색 선은 회귀분석을 통해서 상관관계를 구한 것입니다. 대체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나라일수록 언론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도 역시 우리나라와 그리스가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 수준이 다른 나라와 현격하게 다르니 찾기도 편합니다. 우리나라와 그리스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낮습니다. 참 안타까운 한 쌍입니다.
반면, 상위권 국가들을 보면 탄자니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선준국들은 중간쯤에 넓게 흩어져 있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로서 해당 국가의 언론 자유 정도와는 많이 다릅니다. 국민들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주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와는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위 자료를 너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지만 반대로 보자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언론기사를 대단히 비판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언론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대체가 존재하기에 이런 비판적인 관점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지도 모릅니다. 꼭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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