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확산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지만 그 속도는 상이할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한 것처럼 어떤 일자리는 가까운 미래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또 어떤 직군은 아직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군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최근에 나온 몇 가지 자료들을 함께 검토해 봅시다.

 

출처 : https://www.pewresearch.org/social-trends/2023/07/26/which-u-s-workers-are-more-exposed-to-ai-on-their-jobs/

출처 : https://www.businessinsider.com/ai-chatgpt-take-jobs-women-working-childcare-costs-rto-2023-11

출처 :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4414065

출처 : https://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80538&menuNo=200433

 

사실 이 글은 이 그래프 하나로 설명 가능합니다. 그만큼 종합적인 정보가 이 그림 하나에 담겨 있습니다. 이 도표는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가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성별, 인종, 학력 세 가지 기준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아시안과 백인이, 그리고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데이터를 다루는 사무직군의 업무를 가장 잘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대졸 이상의 중간급 사무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미국에서 그 자리는 백인과 아시안 출신,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상급 관리자나, 직접 몸을 써야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는 오히려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런 직군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두번째 출처로 제시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성 일자리의 2.9%가 자동화될 것이지만 여성 일자리는 7.8%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여성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의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비용의 상승과 재택근무의 감소 역시 일하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확실히 미국의 상황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 그래프는 4번째 출처로 제시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실린 그래프입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 역시 고소득, 고학력 노동자가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산업용 로봇은 저학력 노동자에게 위협인 반면, 인공지능은 반대로 고학력 노동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임금 수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금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커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와, 세번째 출처로 소개한 논문도 역시 이와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공지능은 고학력, 고임금 노동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은 여러 조사와 연구에서 일관되게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와는 달리 여성보다 남성이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고학력, 고소득 직종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동일한 결론이 나왔는데 왜 성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까요? 이를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가설은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한국에서는 남성이 더 많고, 미국에서는 여성이 더 많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상세한 자료가 필요할 것이지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입니다. 기존에 10명이 일하던 업무를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6명이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다면 40%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럼 그렇다고 남은 6명은 이전과 별 차이 없이 업무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핵심적인 업무가 아니라 주변적인 업무로 배치될 수도 있고, 임금 상승이 억제될 가능성도 높고, 실제 업무의 양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라는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인공지능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며, 그리고 그 영향은 대체로 기존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