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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아파도 쉬지 못하는 한국인들

by @푸근 2023. 11. 13.

예전에는 학교다닐 때 받는 개근상을 중요하게 평가했었습니다. 성실함을 증명하는 징표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개근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그 중요성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실한 것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건강도 중요하고, 집안일과 각자의 사정 역시 중요한 법이니까요.

 

그런데 회사는 어떨까요? 아프다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집안에 중요하거나 급한 사정이 있어서 출근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는 언제나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내가 나가지 않으면 이것이 다른 사람의 추가 업무가 될테니까요. 현실적으로 난관이 있지만 그래도 아플 때는 쉬어야 합니다. 아픈 상태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결국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기존의 인식보다 나아졌을까요?

 

 

2022-2023년 기간동안 주요한 나라들의 18-64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병가를 내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압도적인 1위가 보입니다.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무려 51%가 최근 1년간 병가를 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국가 중 유일하게 절반을 넘겼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성인 중 절반은 아프다는 이유로 쉰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정말로 한국인의 건강이 특별하게 좋아서 아픈 사람이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다음이 바로 일본입니다. 45%로 한국보다는 적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병가를 조금 더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 30%대를 기록한 두 나라가 보입니다. 스페인과 프랑스입니다.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두 나라가 서구권 국가 중에서는 병가를 덜 활용하는 나라입니다.

 

20%대에는 여러 나라들이 있습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 스웨덴, 독일 순서입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성인들 중 대략 80%는 최근 1년간 병가를 활용한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대체로 선진국인 이들 나라의 국민들이 특별하게 병약한 상태가 아니라면 비교적 쉽게 병가를 활용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병가를 내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건강해야 회사에서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만약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이라면 오히려 반드시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괜히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까지 아프게 만들면 회사에 더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합니다.

 

아파서 쉬는 사람에게까지 눈치를 주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면 이는 아마도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겁니다. 업무의 질보다는 근무 시간의 양을 더 중요하게 따지는 곳이거나 업무에 비해 직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한명만 빠져도 업무진행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전자든 후자든 간에 그런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입니다. 아프면 쉬어야 합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도 아프다는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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