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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ThinkPad T14s 커스텀 주문

by @푸근 2023. 12. 10.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했습니다. 이전 노트북을 구입한 것이 2019년이고, 그 이전 노트북 구입은 2015년이었으니 저는 4년 간격으로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일정한 주기를 발견하니 신기합니다. 사실 2019년에 구입한 노트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여기저기 흠집도 많이 생겼고, LED 백라이트도 문제가 생겼는지 화면 한 지점이 다른 곳보다 더 밝게 보이는 곳도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쓸만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영상을 캡쳐해야 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이 노트북의 절대적인 성능이 모자라 화면이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저장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낮은 설정으로 바꾸어도 나아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최신의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는 외장 그래픽카드가 부착되지 않은 포터블한 작은 노트북을 선호합니다. 최근에 나온 삼성의 갤럭시북3는 이 기준에 잘 부합하는 좋은 제품입니다. 실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인텔의 모바일 CPU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P계열의 CPU는 성능 대비 전력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전력을 적게 먹는 U계열 CPU도 있지만 인텔의 U계열 CPU를 채택한 노트북은 시장에서 찾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 CPU는 전력을 적게 소비할 뿐 성능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성능 코어가 두 개밖에 없어 사실 상 듀얼코어 CPU와 다름 없는 인텔의 U계열 CPU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바로  AMD의 U계열 CPU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라이젠 7840U가 달린 제품으로 구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제품이 시중에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다나와에서 검색해보면 이 CPU가 달린 노트북은 에이서와 HP에서 나온 총 6가지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라이젠 CPU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UMPC의 대열풍으로 이 CPU가 심각한 공급부족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연유로 7840U가 달린 새로운 노트북을 사고 싶었지만 살만한 제품이 없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레노버에서 이 CPU를 채택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레노버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다른 옵션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커스텀(CTO) 주문으로 새 노트북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커스텀 주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순위였던 ThinkPad X1은 인텔 CPU만 지원했기에 라이젠 CPU를 선택하려면 다른 라인업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T14s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라이젠 CPU를 선택하면 LTE/5G 모뎀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아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7840U에 나름 괜찮은 사양을 갖춘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라이젠 7840U CPU, 32GB 램, 1TB SSD에 몇 가지 선택 옵션을 더한 ThinkPad T14s입니다. 이젠 배송되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중국의 광군제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직구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즌이라 배송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산은 1주일만에 되었으니 커스텀 주문치고는 빨리 처리되었는데,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계속 대기 중인 상태였습니다. 대략 2주일 반만에 비행기에 실렸고 바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신속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주문한 시점부터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한달까지 걸리지는 않았으니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배송되었습니다. 나름 기대했던 제품이라 참 반가웠지만 박스 상태를 보고 약간 실망감이 몰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박스를 열어 본 것인가 의심했지만 자세히 보니 충격으로 찢어진 것이었습니다. 거칠게 다루어진 것같아 혹시 문제가 생겼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내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포장 기술의 대단함을 또 한번 확인했습니다.

 

구성품입니다. 각종 설명서와 문서, 노트북 본체, 어댑터와 케이블. 이게 전부입니다.

 

65W 슬림형 어댑터입니다. 크기는 정말 아담합니다. 이것도 추가금이 더해진 선택 옵션입니다. 요즘은 전부 USB 타입C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조금 실망입니다. 발열이 너무 심합니다. 만져보면 무슨 일 생기지 않을까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뜨겁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45W 어댑터를 선택할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팀덱의 어댑터가 45W인데 그걸로 충전해 보아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꼭 고속충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45W 어댑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스텀 주문에는 AS의 종류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싼 걸 선택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ADP 3년을 추가했습니다. 노트북을 받고 전원을 켜고 윈도우 11을 설치하니 ADP 3년 서비스가 활성화되었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자동으로 설정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나 봅니다.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노트북 본체입니다. 스티커로 봉인되어 있습니다. 

 

뒷면입니다. 마그네슘 샤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공식이름은 ThinkPad T14s Gen 4입니다.

 

윗면입니다. 전형적인 씽크패드의 모습입니다. 씽크패드가 인기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변하지 않는 스타일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이유로 이 제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구석에 있는 씽크패드 로고입니다. 저 빨간 점이 씽크패드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저 빨간 점은 실제로 불이 들어옵니다.

 

레노버 로고입니다. 예전 IBM이 씽크패드를 레노버에게 매각한다고 했을 때 씽크패드 매니아들이 엄청나게 반발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도 당시 LG-IBM의 X31을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했었던 사람이라서 저 레노버라는 마크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법 시간이 흐른 현재 레노버에 대한 반감은 크게 줄었고, 저 역시도 이젠 저 로고가 나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드디어 펼쳤습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전형적인 씽크패드입니다.

 

라이젠7 스티커입니다. 저는 새 노트북이 정상이라서 반품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저 스티커를 떼어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 스티커는 이미 제거 되었습니다.

 

씽크패드 로고입니다. 이것은 스티커처럼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바닥에 음각으로 새기고 그 안에 로고을 넣은 것입니다.

 

씽크패드의 상징 "빨콩"입니다. 마우스인데 요즘에도 사람들이 저걸 많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걸 없앤다고 하면 씽크패드 매니아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씽크패드의 중요한 레거시입니다.

 

왼쪽 사이드 포트입니다. 전원공급이 가능한 USB 타입 C 단자 2개, HDMI, USB 3.1 타입A 단자, 이어셋 단자입니다.

 

오른쪽 사이드에는 USB 3.1 타입A 단자 1개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이 공기 배출구입니다. 이것이 또 문제입니다. 이 노트북이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저쪽으로 뜨거운 공기가 배출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마우스를 잡고 있는 오른손이 있습니다. 이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마우스를 조금 아래 쪽에서 움직이든지, 아니면 마우스를 쓰지말고 노트북에 있는 빨콩이나 트랙패드를 쓰면 됩니다만, 공기 배출구를 꼭 저기에다 놓아야 했는지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문제 추가. Fn키와 Ctrl키가 다른 노트북과는 반대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왼쪽 끝에 Ctrl키가 있고, 그 옆에 Fn키가 있는 것이 보통인데 레노버는 반대로 배치합니다. 오래된 브랜드들은 괜한 고집들이 있는 편입니다. 이것도 그런 것 중 하나인데, 이것이 싫다면 Lenovo Commercial Vantage라는 앱에서 이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Vantage 앱은 노트북 관리 앱으로 참 훌륭합니다. 삼성 노트북도 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기본적인 최소한의 기능만 구현했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이 Vantage 앱은 참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바로 듭니다.

 

T14s라고 구석이 적혀 있습니다. 움푹패인 동그란 곳이 전원버튼이자 지문인식 센서입니다. 저는 선택 옵션으로 안면인식을 지원하는 카메라와 지문인식 센서 두 가지를 모두 선택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잘 작동하고 상황에 따라 편리한 것을 쓰면 되니 이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드디어 전원을 켰습니다. 레노버 로고가 나오고 바로 윈도우 11 설치 과정이 진행됩니다.

 

커스텀 선택 화면 중 디스플레이 선택 부분입니다. 저는 여기서 저걸 선택했습니다. 일단 45%NTSC 디스플레이는 당연히 선택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저는 터치 디스플레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 남은 것은 2.8K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인데, 저는 노트북에서 OLED와 고해상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여러 이유로 전기를 많이 소모합니다. 노트북은 저에게 보조 장비이기 때문에 선명한 화질보다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1920x1200 IPS LCD 디스플레이를 선택했습니다.

 

윈도우 11 홈에디션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빠르게 잘 설치됩니다.

 

설치 후, 작업관리자 화면입니다. 8코어 16쓰레드의 CPU입니다. 모바일 CPU가 이 정도가 되다니 놀라운 세상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화면입니다.

 

함께 구입한 노트북 마우스입니다. 사실 구입했다기보다는 사은품에 가까운 녀석입니다. 노트북을 구입하면 이 마우스와 가방 하나를 각각 천원에 구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구입이긴 하지만 사실 상 사은품인 녀석입니다. 오래전에는 씽크패드 마우스가 그 자체로도 인기가 좋았는데 요즘은 그런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써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AA형 배터리가 하나 들어갑니다. 밑면에 센서, 패어링 버튼, 전원 및 선택버튼이 있습니다. 블루투스 장비 2개에 연결하고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로지텍 마우스와 비교해 봤습니다. 크기를 비슷하지만 높이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가운데 있는 버튼은 DPI를 변경하는 버튼입니다.

 

높이가 이렇게 차이납니다. 씽크패드 마우스는 휴대하기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클릭하는 것이 다소 불편합니다. 너무 낮아서 그렇습니다. 저도 이 마우스를 휴대하고 다닐지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만에 씽크패드를 써보는지 모르겠습니다. LG-IBM 시절이었으니 정말로 오래전 일입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조합을 수십 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씽크패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제품입니다. 저는 이런 스타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런 씽크패드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이건 "아저씨들의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아저씨인걸 어쩌겠습니까.

 

X1 카본이 씽크패드 중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걸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은 참 아쉽습니다. 한번은 꼭 써보고 싶었던 제품인데 다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LTE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도 안타깝습니다. 이 두 가지 이외의 다른 문제들은 비교적 저에게 사소한 문제들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7840U CPU는 현 시점에서 비즈니스 노트북에 가장 좋은 모바일 CPU라고 생각합니다. 성능은 예상대로 만족스럽습니다. 다음 노트북도 4년 뒤에 구입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까지 별 탈없이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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