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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그래프] KBS의 이상하고 멍청한 그래프

by @푸근 2014. 5. 31.

"매직그래프" 머릿말을 달고 있는 포스팅은 모두 잘못 작성되어 그 의미가 변질된 이상한 그래프를 소개하는 글들이다.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긴 하지만 그 패턴은 사실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0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값부터 시작하는 그래프를 만들어 작은 차이를 큰 차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상황에 따라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맥락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그런데 KBS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상한 짓을 했다고 한다. 다음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의 출처는 여기이다.

 

 

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보는 것이 좋다. 맨 위에 있는 것은 KBS에서 방송한 이상한 그래프이고, 두번째 줄에 있는 것이 올바르게 그린 그래프이고, 마지막에 있는 것이 0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30%부터 시작해서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만든 자료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KBS가 보여준 그래프는 모두 엉터리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게 하나 있다. 보통 이렇게 그래프를 이상하게 그리는 것은 어떤 의도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애써 저런 짓을 할 필요가 없다. 서울, 충북, 인천, 세종, 경기 지역까지 보면 일관성이 있다. 새누리당을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새누리당 후보가 지고 있는 곳은 차이를 작게, 이기고 있는 곳은 차이를 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부산, 강원, 광주를 보면 이건 또 다르다. 부산과 강원지역 결과는 새누리가 더 불리하도록 그래프가 바뀌었다. 이건 도대체 뭘까? 그래서 이번 KBS의 문제는 여론조작을 시도했다기보다는 담당자의 바보짓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지금 KBS가 큰 파업 중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작업했을 수도 있다. 즉, 새누리를 띄우려고 조작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담당자가 멍청해서 벌어진 일처럼 보인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나마 조금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영역에서는 나쁜 의도보다 무능이 훨씬 더 나쁜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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