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여러 독특한 것들이 있습니다. 총기소지도 그렇고, 마약같은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런 것들 중에는 여행이라는 것도 포함됩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선진국의 국민들 만큼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습니다. 나라가 넓어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여권을 가진 미국인의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많이 낮은 편입니다.
위 그래프는 1989년부터 2017년까지 여권을 소지한 미국인의 비율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1989년도에 여권을 소지한 미국인은 고작 3%에 불과했습니다. 이 당시를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는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해외에 나갈 수 있었던 그런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여권신청이라는 과정 자체가 무의미한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 당시에도 미국은 최고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권을 소지한 국민이 고작 3%라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권을 구비하는 미국인들이 증가했습니다. 큰 계기가 된 것이 위 그래프에서도 나와 있듯이 2007년입니다. 2007년 이전까지 미국인들은 주변국가들, 예를 들어 캐나다, 멕시코, 버뮤다 같은 지역은 여권이 없어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보안이 강화되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예외적은 허용은 없어지고 여권지참이 의무화되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여권 소지자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2017년에는 전체 미국인 중 47%가 여권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 수치가 과연 높은 것인가? 해당 기사에 따르면, 2016년 캐나다는 66%의 국민이 여권을 갖고 있었고, 영국은 그 비율이 76%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47%라는 수치는 여전히 매우 낮은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저 수치보다는 더 높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해외를 더 자주 나가게 된 배경에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라는 현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세계화는 사실상 미국화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다면, 미국인들에게 세계화는 꼭 다른 나라로 가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현상이 됩니다. 자기 나라 자체가 세계화의 본진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여권의 필요성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 제 짐작일 뿐이고 객관적인 증거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어쨌든 여러모로 미국은 참 독특한 나라라는 점을 이렇게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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