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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Drop CTRL V2 키보드 조립

by @푸근 2025. 3. 19.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로지텍의 G515 TKL 키보드를 선택했다가 다시는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클릭키한 청축을 선호했습니다만, 이제 청축은 사실 상 멸종의 길에 접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새롭게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 중에 청축은 찾기 힘듭니다. 광축이나 자석축이라 불리는 신제품들이 인기를 얻게 되니 전통적인 기계식 키보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이제 적축으로 대표되는 리니어가 압도적인 대세입니다. '독거미'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이리저리 사용기들을 살펴보니 참 괜찮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이런 스타일의 키보드가 다양하게 등장하여 선택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도 이런 새로운 리니어 키보드들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 구입해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 '독거미'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키 배열이 텐키리스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런 유형의 배열을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표준적인 텐키리스를 지원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리니어 스위치를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보았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Drop의 CTRL V2 베어본 제품이었습니다. 여기에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리니어 스위치와 나름 예쁘다고 생각한 키캡을 추가로 구매하여 키보드를 완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배송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Drop은 분명 미국기업인데 독일로 배송을 보내더니 그곳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유명한 문제더군요. DHL이 모두가 빠른 것은 아니고 소포(parcel)로 발송하면 이렇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 배송은 일단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보낸 뒤에 전세계로 배송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언제 출발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도 그랬습니다. 스위치와 키캡은 주문한 다음 날 바로 받았는데, 이 키보드 배어본은 한달도 더 걸렸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배송되었습니다. 결제한 이후 대략 6주쯤 걸린 듯 했습니다. 나름 고급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이런 배송을 이용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오래 걸렸을 뿐, 제품은 문제없이 잘 도착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키보드와 스테빌라이저입니다. 스테빌라이저까지 함께 주문해야 정상적으로 조립할 수 있습니다. 스테빌라이저는 기판이 그냥 끼우기만 하면 됩니다.

 

독일에서 박스를 미리 열어보았다는 메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법조항까지 들먹이는 걸 보니 강제적인 사항인가 봅니다. 사실 그쪽에서도 귀찮은 일이긴 할 겁니다.

 

이 제품의 정식 이름은 DROP CTRL V2입니다. Drop은 여러 키보드를 만들고 이 제품의 모델이름이 CTRL입니다. 그리고 이건 CTRL의 두번째 버전의 제품입니다. 표준적인 텐키리스 배열이고,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입니다. 반조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여기에 스테빌라이저, 스위치, 키캡만 끼우면 키보드가 완성됩니다.

 

함께 동봉된 부품입니다. 키캡 리무버, 키보드 높이 조절 받침대, 스위치 리무버, 그리고 USB 케이블입니다.

 

높이를 조절하는 받침대인데 이건 특이합니다. 보통의 키보드는 밑판에 있는 다리를 펼치는 방식으로 높이를 조절하는데 이것은 동동된 받침대는 자석으로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좌우에 있는 4개의 구멍 중 적당한 위치에 부착하면 됩니다.

 

저는 여기에 붙였습니다. 자력은 낮지 않아서 일반적인 사용 중에 빠질 일은 없어 보입니다.

 

이제 적당한 각도가 맞춰졌고, 여기에 여러 가지를 부착하면 끝입니다.

 

먼저 스테빌라이저를 부착합니다. 이건 그냥 방향에 맞춰 끼워주면 됩니다. 다양한 길이를 지원하는 여러 스테빌라이저가 들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길이에 맞는 걸 끼우면 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위 아래 모양이 다르니 그것만 맞춰서 꾹 눌러주면 됩니다. 여기에 윤활하시는 분도 많지만 저는 귀찮습니다. 청축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라 소음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스테빌라이저 모두 부착 완료.

 

이제 스위치입니다. 요즘 인기있는 리니어 계열 중에서 바이올렛 스위치를 선택했습니다. 텐키리스니 90개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색상도 예쁘고 포장도 예쁘게 배송되는군요.

 

우선 ESC키부터 꽂았습니다. 스위치는 핀이 구부러지는 상황만 조심해서 꾹꾹 꽂아주면 됩니다. 단순 반복작업입니다.

 

전부 꽂았습니다. 은색 위에 보라색이 잘 안어울리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어차피 여기에 키캡을 씌울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90개 중 3개가 남았습니다. 텐키리스가 87키이니 정확합니다.

 

키캡을 씌우지 전에 일단 연결해서 테스트를 해봅니다. 모두 불이 잘 들어옵니다. 핀이 휘거나 잘못 끼워진 스위치는 없습니다.

 

키보드 테두리에도 LED가 들어옵니다. LED는 손쉽게 끌 수 있습니다. 저는 정신사나워서 일단은 꺼두었습니다.

 

이제 키캡 순서입니다. 이 키캡은 몬스타 가츠의 사막여우라는 키캡입니다. PBT 이중사출 방식의 키캡입니다. 은은하면서도 예쁜 색상이라는 느낌입니다.

 

전부 꽂았습니다. 이제 키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제가 이 조합을 선택했을 때 기대했던 모습이 나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케이블 연결하니 바로 LED가 반겨줍니다.

 

전에 쓰던 팜레스트 높이가 안맞습니다. 팜레스트가 더 높은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여기에 맞는 팜레스트로 따로 구매해야겠습니다.

 

 

완성 기념으로 그냥 찍어본 사진. 이쁩니다.

 

이 키보드의 기능키 설정입니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기억을 위해 사진을 남겨둡니다.

 

Drop의 키보드 Configurator를 설치하면 키 설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Fn키와 F5-F8키 조합으로 미디어 컨트롤 키를 추가로 배정했습니다. 그외에는 기본 설정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프로그램은 다운받아 설치해야 하니, 요즘 나오는 VIA에 비해 조금은 번거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키보드의 앞쪽 높이가 대략 14-15mm 정도입니다. 15mm 높이를 가진 팜레스트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보니, 14mm가 맞는 높이 같습니다. 하지만 14mm는 기성품을 찾을 수가 없어 주문제작해야 하는 높이입니다. 그 정도 비용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크릴 재질로 된 기성품입니다. 이 키보드는 가로 길이로 360mm보다 조금 더 길기 때문에 표준적인 텐키리스 팜레스트인 360mm 제품이 약간 짧습니다. 하지만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 아크릴 제품으로 구입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키보드 주변 LED를 켜면 이렇게 아크릴 팜레스트도 예쁘게 빛이 들어옵니다. 무지색 색상이 연속적으로 변할 때는 팜레스트까지도 제법 예쁘게 보입니다.

 

 

이 키보드는 제가 평소에 선호하는 옵션 대부분을 만족시키는 제품입니다. 텐키리스, 플로팅 키, 알루미늄 하우징 등의 옵션이 그렇습니다. 조금 애매한 것은 무게입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묵직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선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책상 위에 선을 다 없애려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배터리의 존재가 키보드의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저에게 있어 무선이란 옵션의 중요성이 낮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위치. 저는 적축 스위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리니어를 잘 쓰지 않았던 것인데, 이건 좀 다르긴 합니다. 또각또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똑똑 끊어지는 느낌이 제법 괜찮습니다. 예전의 적축처럼 뭔가 가벼운 느낌도 아닙니다. 요즘 인정받고 있는 리니어 스위치들의 매력을 확실히 체험했습니다. 이제 굳이 신제품이 나오지도 않는 청축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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