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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굴림 폰트와의 결별

by @푸근 2017. 7. 17.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폰트를 그렇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일부의 사람들은 엄청나게 신경쓰죠. 중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유형의 문제입니다. 폰트에 큰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유려하고 조화로운 것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굴림이라는 폰트에 대한 입장일 겁니다. 대체로 이 폰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굴림이 윈도우에 기본폰트로 등장한지는 오래 되었습니다만, 이젠 그 자리를 맑은 고딕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맑은 고딕은 굴림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폰트입니다. 맑은 고딕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굴림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이젠 맑은 고딕도 제법 되었습니다. 요즘엔 굴림을 만나는 경우가 예전처럼 빈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예전처럼 굴림 폰트를 억지로 제거하거나 다른 걸로 변경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빈도라면 참아줄 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에도 굴림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랐습니다. 반드시 굴림을 내 시스템에서 제거해 버리겠다고 말이죠.

 

 

위 그림은 최근에 구매한 PhotoScape X Pro라는 프로그램을 캡춰한 겁니다. 폰트가 굴림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윈도우 10을 위해서 제작되어 윈도우 앱스토어에서만 구매해야 하는 최신 프로그램입니다. 그럼에도 왜 메뉴 폰트를 일부러 굴림을 썼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짜증났습니다.

 

굴림 폰트를 없애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윈도우 레지스트리에서 굴림 폰트와 관련된 정보를 삭제해 버리는 겁니다. 혹은 그 자리에 다른 폰트 정보를 입력해서 굴림 폰트 대신 다른 폰트가 나오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 방법은 이곳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복잡하긴 하지만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폰트로 교체한 굴림폰트 파일을 따로 만들어서 교체해 버리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굴림 폰트에 대한 정보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서 굴림 폰트를 확실히 나오지 않게 해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굴림 폰트를 제거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 자리를 더 나은 폰트로 대체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법은 다소 복잡하고 외부 프로그램까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잘 아는 분들은 시도해야 합니다. 방법은 앞선 링크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굴림폰트 파일은 굴림, 굴림체, 돋움, 돋움체 이렇게 4개의 폰트를 하나로 합쳐놓은 파일입니다. 저는 굴림과 돋움을 함초롬돋움으로 굴림체와 돋움체를 D2Coding체로 바꾼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앞에 링크했던 그 글에서는 기존 굴림폰트 파일을 제거하고 교체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그 방법까지 기술했지만 저는 계속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이 파일은 시스템 구성요소라서 제거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전 그냥 우회하기로 했습니다.

 

 

새로 만든 파일을 gulim2.ttc라고 이름붙이고 이 폰트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윈도우 레지스트리에서 바로 이 파일이 굴림폰트라고 설정을 바꿔 준 겁니다. 그리고 재부팅했더니 기대했던 대로 굴림 폰트는 이제 영원히 제 시스템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PhotoScape X Pro는 이렇게 나옵니다.

 

 

이 폰트가 함초롬돋움입니다. 한컴에서 만든 폰트로 아래한글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따로 배포하기도 합니다.

 

굴림은 과거의 유산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환경이 변하면 그에 상응하는 것이 새로 등장하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것은 그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그걸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거기엔 어떤 철학도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무관심과 관성만 남았기에 벌어진 일이죠. 이젠 놓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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