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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사람, Mr. Cellophane

by @푸근 2014. 11. 28.

뮤지컬 "시카고" 참 유명한 뮤지컬이고 저도 참 좋아합니다. 이 뮤지컬에는 정말로 멋진 음악들이 흘러 넘칩니다. Cell Block Tango, All that Jazz, Roxie, Razzle Dazzle 등 거의 모든 뮤지컬 넘버들이 매우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그래서 이 뮤지컬이 그렇게 유명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시카고에 실린 여러 음악들 중 제가 가장 아끼는 노래는 그런 유명한 노래가 아닙니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단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노래입니다.

 

 

이 음악은 극 중 에이모스(Amos)가 부른 "Mister Cellophane"이라는 노래입니다. 에이모스는 주인공 록시 하트의 남편입니다. 이 사람은 록시의 야망을 위해 이용되는 하나의 계단에 불과한 불쌍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록시의 변호사에게까지 무시당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불쌍한 호구죠.

 

그런데 이 사람이 뮤지컬에서 부르는 노래 제목이 "Mister Cellophane"입니다. 영어로 "셀로패~인" 이런 식으로 발음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단어입니다. 흔히 스카치 테이프라고 부르는 셀로판 테이프, 그거 말하는 겁니다. 투명한 접착용 테이프 말입니다.

 

에이모스는 자신의 처지를 이런 셀로판 테이프같다고 비관하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데 모두가 마치 내가 여기 없는 사람처럼 여긴다는 겁니다. 투명한 셀로판 테이프처럼. 모두가 내 옆을 지나가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무도 몰라줍니다.

 

멀쩡한 사람이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만큼 잔혹한 일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없어지거나 더 이상 유지되지 않게 되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의 영향력과 고마움을 인식하게 됩니다. 감사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는 것만큼 중요하고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자는 겁니다.

 

우리의 삶에서 수많은 것들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특별한 존재는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겐 "미스터 셀로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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