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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페널티킥 성공은 행운일까?

by @푸근 2017. 8. 11.

야구는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통계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통계 친화적, 혹은 통계에 최적화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축구는 통계로 표현하기가 간단하지 않은 종목입니다. 그래서 축구에 대한 통계는 그다지 많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축구에 대한 재밌는 자료가 있어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위 그림은 페널티킥 성공률에 대한 자료입니다. 단순히 어떤 선수가 이만큼 시도해서 얼마나 골로 연결했는가만 나타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수준인가를 비교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함께 제시하고 있는 자료입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합해 총 15회 이상의 페널티킥 시도를 한 선수들을 모아, 그들의 페널티킥 총 시도 횟수와 성공 횟수를 막대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그러니까 맨 위에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리그에서 총 76회의 페널티킥을 시도했고, 그중 66개를 골로 연결했습니다. 간단히 계산하면 87%의 성공률입니다. 호날두 선수가 가장 많은 시도를 했고 가장 많은 페널티킥 골도 기록했습니다.

 

그 다음 순서로 리오넬 메시입니다만, 3위 그룹과는 격차가 매우 큽니다. 역시 호날두와 메시 이 두 선수가 현 시대를 주름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시 다음으로 램파드, 제라드, 살리호비치 선수가 30회를 약간 상회하는 페널티킥 시도를 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세로선이 있습니다. 이것은 해당 리그의 평균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을 가진 선수가 시도를 했으면 이 정도 골로 연결했을 것임을 보여주는 선입니다. 그러니까 호날두의 예를 다시 들면, 그는 77회 시도해서 66회 성공했지만 평균적인 성공률을 가진 선수가 77회 시도했다면 59번만 성공했을 거라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실제로 66회 성공한 호날두는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성공률을 기록한 우수한 선수임이 증명됩니다.

 

그러나 그건 그 다음 순위인 메시도, 램파드도, 제라드도 모두 마찬가지죠. 이들 모두 평균보다는 더 많이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선수가 정말로 페널티킥을 잘 차는 걸까요? 그게 오른쪽에 나와있는 노란색 막대 그래프입니다. 호날두는 3%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해당 리그의 평균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을 가진 선수가 호날두와 동일하거나 더 나은 성공횟수를 기록할 확률이 3%라는 의미입니다.

 

이 수치가 낮은 선수, 즉 페널티킥 성공률이 평균보다 월등히 더 높은 선수들을 봅시다. 호날두가 3%이고, 그 다음으로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 선수가 9%, 메시와 살리호비치가 10%입니다. 수치만 본다면 이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아주 잘 차는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원 기사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리그의 모든 페널티킥을 조사한 결과, 한 선수의 과거 성공률과 이후의 성공 사이에 유의미한 통계적 상관관계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성공률이 높은 선수가 이번에 페널티킥을 찬다고 해서 다른 선수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페널티킥 성공/실패가 랜덤한 현상도 아닙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자체에 많은 잡음(noise)이 있고, 기본적으로 샘플 수도 너무 적어 통계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페널티킥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두 선수가 만나 한 명이 차고 한 명이 막는 그런 행위가 아닙니다. 이전의 플레이라는 맥락이 있고, 엄청난 관중과 경기의 의미 등등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것을 단순히 넣었다 못넣었다만 가지고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또한, 가장 많이 시도한 호날두조차 10년간 77회 시도한 것이 페널티킥입니다. 이 정도 빈도면 샘플 수 자체가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통계적 예측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만약 호날두가 패널티킥을 만 번 이상 시행한다면 전체 평균에 매우 근접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페널티킥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골키퍼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차는 선수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골키퍼야 못 막아도 본전이지만 차는 선수는 못 넣으면 치명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많은 시도에서 언제나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선수는 대단한 경지에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날두와 메시라는 걸출한 선수가 페널티킥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은 아마도 주변 다양한 변수들이 함께 결합된 결과일 겁니다. 골키퍼의 입장에서도 호날두와 메시가 차는 상황과 이름도 잘 모르는 선수가 차는 상황이 동일하게 여겨질 리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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