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계

심화되는 미국의 학력 및 문화 격차

by @푸근 2015. 4. 4.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이라는 아주 유명한 미국 학자가 있습니다. 이 분은 예전에 "나 홀로 볼링"이라는 인상적인 책을 내셨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계속 유명했던 분입니다. 이런 분이 미국 사회를 분석한 새로운 책을 출판했고, 이를 다루는 기사들이 여러 개 나왔습니다.

 

핵심적이 내용은 이렇다고 합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좋은 직장도 얻고, 결혼도 하고 전형적인 중산층의 가정을 꾸리지만, 고졸 혹은 그 이하의 사람들은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태도와 환경이 크게 양극화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핵심은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된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편부 혹은 편모 가정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를 조사한 것입니다. 편부와 편모 슬하에서 성장하는 어린이 중 65%는 편부나 편모의 학력이 고졸이나 그 이하이고, 대졸 이상인 경우는 8%에 불과하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가 심각하게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고졸 혹은 그 이하 학력의 사람들이 갖는 직장이라는 것이 소득이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경제적 양극화에서 더 불리한 계층도 바로 이런 사람들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이혼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고등학생들에게 질문을 한 것입니다. 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만, 이것도 부모의 학력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두 선의 차이는 조금씩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들이 신뢰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기에 이런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한번 형성된 인격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신뢰의 부족은 대체로 자신감 결여나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부모의 학력수준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것도 제법 중요한 질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느냐고 물어본 것입니다. 이것 역시 부모의 학력이 더 높은 집에서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투잡을 뛰어야 하는 사람들은 저녁을 가족과 하기 어렵습니다. 가족과의 유대는 점점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사회성에서도 차이가 날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같은 주제를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다루었습니다. 네 개의 그래프가 있는데, 여기서 위의 두 개는 이미 위에서 소개한 그래프와 똑같은 겁니다. 그러니 아래 두 개를 봅시다.

 

왼쪽 아래 그래프는 아이를 양육할 때 부모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고학력 부모들이 그렇지 못한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격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을 계층별로 나타낸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하위 25%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해도 대학에 입학하라 가능성이 40%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상위 25%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전체적으로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 이야기는 앞에서 설명했던 그 양극화 현상이 더 강력하게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퍼트남의 이런 주장은 사실 이전에 발표했던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의 연장선입니다. 말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적 자본"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사회의 결속력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격차를 크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고등교육이고, 이것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야기이긴 한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진 않아 보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