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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감정적으로 치닫는 정치적 양극화

by @푸근 2022. 11. 15.

2022년 미국 중간선거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상원은 우위를 지켜냈고 하원은 의석을 약간 잃는 정도로 선방했습니다. 오히려 대승을 기대하고 있던 공화당에서 분란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미국 선거를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승리하든 패배하든 간에 그 격차가 무척 작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몇몇 경합주는 격차가 1-2%도 나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의 정치구조에서 양당 사이의 격차는 선거 이슈에 따라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단순히 치열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양당의 지지자들의 정치적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추세에 덧붙여 감정적으로도 더욱 멀어지고 있습니다. 즉 서로를 설득의 대상이나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악마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결과의 정당성을 위협하고 나아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위 그래프는 양당의 지지자들에게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어본 결과입니다. 빨간색 막대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평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모습이고, 파란색 막대는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이 그래프의 핵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상향의 모습을 띤다는 점입니다. 즉, 민주당 지지자든 공화당 지지자든 간에 상대방을 편협하고, 정직하지 않고, 부도덕하고, 지성적이지 못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994년부터 조사한 장기 데이터를 보아도 이 경향은 마찬가지로 관찰됩니다. 위 그래프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간에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매우 비호의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대 정당을 호의적이지 않게 보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우 비호의적"으로 보는 극단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양당 지지자 모두 상대 정당 지지자를 "매우 비호의적"으로 보는 비율이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감정적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그럼 양당의 지지자말고 일반적인 미국의 시민들은 거대 양당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위 그래프를 보면, 일반 시민들의 거대 양당을 비호의적으로 보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당이든 관계없이 정당 자체에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정치에 대한 혐오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양당의 지지자들이 가진 상대 정당에 대한 감정적 비호감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가져오는 결과는 상대방은 협상과 토론의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여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선거는 더 치열해지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사회의 통합은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지난 대선도 격차가 매우 작았습니다. 그리고 선거 이후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의 정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계속 미국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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