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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아파트 현관키 지갑으로 이식

by @푸근 2018. 7. 31.

요즘 최신 아파트들은 건물입구 키를 스마트폰 NFC로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말로는 들었습니다만 이미 연식이 오래된 우리집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저희 아파트 건물입구 현관키는 열쇠고리에 달 수 있는 작은 교통카드 스타일입니다. 이걸 접촉하면 문이 열립니다. 사실 교통카드와 기본적인 구조가 똑같습니다. 거기에 저장된 것만 다를 뿐이지요.

 

이것도 열쇠라고 그동안 열쇠고리에 매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물리적인 열쇠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도어락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고 물리적 열쇠는 비상용으로만 존재하기에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자동차를 자주 쓴다면 그것과 함께 달고 다니면 되겠지만 저는 자동차를 아주 가끔 운전하기에 일상적으로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다니기는 매우 거추장스럽습니다. 하지만 현관키는 매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관키만 제가 매일 갖고 다니는 물건과 결합시면 거추장한 열쇠꾸러미는 놓고 다니거나 가방 깊숙히 넣어두면 그만입니다.

 

제가 매일 갖고 다니는 물건은 지갑과 스마트폰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교통카드 방식의 현관키를 적절하게 변형하여 이 두 가지 중 하나에 집어넣으면 문제해결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교통카드 방식의 접촉식 카드는 아세톤에 담궈두면 회로만 깔끔하게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것이라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은 교통카드가 스마트폰이나 신용카드에 통합되어서 저런 카드를 쓰는 빈도가 아예 줄어버렸기에 이젠 추억과 같은 일입니다.

 

이런 추억 속의 작업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해봅니다. 약국에서 아세톤을 한병 샀습니다. 600원입니다. 여기에 현관키를 넣고 두껑을 덮습니다.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예전 기억으론 1시간 내에 다 분리되던 것이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그냥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까지 기다리니 분해가 되더군요. 아마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밀봉되어 있나 봅니다. 아무튼 대략 30시간 정도를 아세톤에 담궈 현관키의 회로만 깔끔하게 분리해 냈습니다.

 

 

 

이렇게 분리되었습니다. 정말 깔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참 볼수록 신기합니다. 처음에 누가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을까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R이라고 적힌 작은 조각이 데이터가 저장된 곳이고 나머지는 가는 전선을 칭칭 감은 겁니다. 길이가 길면 길수록 더 좋으니 저런 방식으로 잘 감았습니다.

 

 

 

반대쪽입니다.

 

 

 

이제 이걸 셀로판 테이프로 코팅하듯이 양면을 붙여 지갑에 넣을 생각입니다. 옛날에는 교통카드를 녹여서 핸드폰 커버 안쪽으로 붙여넣는 방식을 많이 이용했습니다만, 요즘 스마트폰에는 그게 안됩니다. 왜냐하면 NFC와 간섭이 생길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런 일 발생한다면 제가 가끔 쓰는 삼성페이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래서 지갑에 넣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쓰는 지갑에는 이걸 넣을 딱 적당한 공간이 있습니다.

 

 

 

코팅하듯 붙인 테이프를 적절하게 오려냈습니다. 이제 이걸 지갑에 넣으면 되는데 넣기 전 혹시나 해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더운 날 밖에 나갔다가 다시 이걸로 열고 들어오려고 했으나 이런!!!! 망했습니다. 작동하지 않습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테이프 붙인 것을 다시 조심스럽게 떼어냈습니다. 기판에서 전선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아세톤으로 녹여낸 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전선이 기판에서 떨어진 겁니다. 처음 분리했을 때 괜찮아 보였는데 이렇게 된 걸 보니, 아마도 테이프 붙이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이제 진짜 난감합니다. 저걸 다시 붙이면 이론적으로 됩니다만 그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전선이 무진장 가늘고 기판은 아주 작고 게다가 전 저에게 셀로판 테이프까지 붙여놔 버려서 저 가느다란 전선 끝을 찾아 뽑아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30시간을 녹여 지금까지 왔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서 납땜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눈도 안좋은데 저 가느다는 녀석을 찾아 붙이려니 바늘귀에 실 넣는 것보다 더 힘들더군요. 아무튼 저의 서툰 납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붙였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초보자가 납땜했을 경우 붙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회로까지 다 지져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테스트 하러 나갔습니다. 이번엔 성공입니다. 문 열리는 게 뭐 대수라고 그게 참 기쁘네요.

 

 

 

이제 다시 셀로판 테이프로 앞뒤를 튼튼하게 붙여 줍니다. 저 지저분한 자국은 전부 제 지문입니다. 엄청 덕지덕지 작업을 했습니다. 이제 이걸 제 지갑에 넣으면 작업 끝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쓰는 지갑에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다시 재탕한 겁니다. 벨로이라는 브랜드의 지갑인데, 이 지갑에 대한 설명은 제가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저 공간은 유심칩을 넣으라고 만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걸 일상적으로 갖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죠. 저 지갑을 디자인한 분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기에 넣으면 완전 딱입니다.

 

 

 

이렇게 넣습니다. 혹시 접힐까봐 조심스럽게 넣어줍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한번 더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살짝 의심스러운 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지갑에는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신용카드 하나가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혹시 이것 때문에 방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입니다. 하지만 테스트해보니 별 문제 없이 문이 잘 열립니다. 히힛!

 

 

 

지금 보이는 지갑 윗쪽에 현관키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엔 납땜에 썼던 땜질용 납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써봤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참 다행입니다. 이제 거추장스러운 열쇠꾸러미는 안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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