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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학생들의 수학 실력과 비용

by @푸근 2016. 12. 10.

얼마 전, PISA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어느 나라 학생이 가장 공부를 잘 하는가 순위를 알려주는 보고서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긴 합니다만, 약간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의 초강세는 여전하구요.

 

그런데 이 자료에는 한 가지 정보가 빠져 있습니다. 그건 바로 돈입니다. 학생들 교육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력을 더 높여준다면야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예산이라는 것은 그 한계가 정해져 있고, 대체로 그것도 매우 빠듯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더 적은 예산을 투입하여 최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더 좋긴 합니다.

 

그럼 이렇게 비용과 학생들의 실력 사이를 정리한 자료를 봅시다.

 

 

 

위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수학점수입니다. 높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가로축이 비용입니다. 그러니까 6살 아이가 15살 될 때까지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그래프를 이렇게 구성하면 비용은 더 낮게 실력은 더 높게 나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즉, 좌상으로 갈수록 좋은 겁니다.

 

일단 수학점수만 봅시다. 맨 윗쪽을 보면, 타이완, 에스토니아, 한국, 일본, 캐나다, 싱가폴, 스위스가 있습니다. 수학 점수로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들입니다. 충분히 예상했던 국가들입니다. 그 다음 비용을 봅시다. 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입니다. 이 두 나라가 압도적입니다.

 

그럼 이제 전체적으로 봅시다. 약간 떨어져 큰 그림을 보면 대체로 오른쪽 위로 상승하는 회귀선이 보입니다. 비용을 많이 투자하면 학생들의 수학점수가 상승한다는 일반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경향에서 어긋나는 나라들을 봅시다. 우선 좋은 쪽으로 어긋난 나라들로 타이완이 1등입니다. 가장 비용을 적게 투자하면서 가장 높은 수학실력을 얻었습니다. 매우 효율적인 교육정책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에스토니아, 한국, 일본, 러시아 정도가 평균적 회귀선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은 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반대로 나쁜 쪽으로 어긋나는 나라들을 봅시다. 룩셈부르크가 1등입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 몰타, 아이슬란드,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미국만 따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 그래프가 미국언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룩셈부르크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비효율적으로 보인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약간만 줄이면 수학실력의 큰 하락없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실질적으로 가장 상황이 나쁜 나라는 미국인 셈입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이긴 하지만 국민들이 부자인 것인 아닙니다. 오히려 룩셈부르크가 그런 나라에 해당할 겁니다. 그러니 문제 해결은 더욱 쉽지가 않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처럼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도 없습니다. 이민자들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저 정도 점수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다음 대통령은 트럼프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좋은 전망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이래저래 문제가 많다고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만, 우리가 성취한 것도 작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개혁 과정에서 잘 해왔던 것을 없애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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