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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컬러멍키 디스플레이로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by @푸근 2018. 10. 12.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은 계륵같은 작업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스파이더2 익스프레스를 구입해서 당시 LCD 모니터를 캘리브레이션해서 사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은 그 작업만을 위한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하드웨어가 그렇게 저렴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사실 처음 한번 잘 해두면 캘리브레이션은 추가로 해야할 효용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극단적인 경우 비싼 돈주고 산 하드웨어가 1회용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스파이더2를 써서 캘리브레이션을 했을 때는 참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니터들도 성능이 좋아지고 품질이 이전보다 균질해졌습니다. 그러니 캘리브레이션의 효용성을 분명히 예전보다는 떨어질 것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그 경험이 대단했기에 다시 한번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어떤 제품이 인정받고 있는지 검색해 보니, 김환이란 분이 만든 여러 좋은 컨텐츠를 읽게 되었고 그분의 조언에 따라 i1display로 유명한 x-rite사에서 생산한 컬러멍키 디스플레이(ColorMunki Display)라는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직구했고 평범하게 잘 배송되어 왔습니다.

 

 

 

배송이 왔는데 박스가 약간 찌그러졌습니다. 제품이 파손될 정도는 아니기에 그려려니 합니다.

 

 

 

박스 뒷면에 Before/After 사진이 표시되어 있는데, 사실 이건 설명을 위한 것일 뿐 실제로 엄청나게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애초부터 모니터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갈수록 모니터 품질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효용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에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 오히려 더 타당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쓰는 모니터는 생산기업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제품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의 필요가 더욱 절실합니다.

 

 

 

구성품입니다. 캘리브레이터 본체와 설명서, 그리고 프로그램 설치용 CD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요즘엔 CD 드라이브도 없는 컴퓨터들도 많을텐데 좀 애매합니다. 하지만 전 저걸 쓰지 않을 겁니다. 애초부터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오랜만에 해보자고 결심했을 때 염두에 둔 것은 앞서 언급한 김환 선생님이 추천한 DisplayCAL이라는 프로그램을 쓸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 CD는 그냥 그대로 봉인합니다.

 

 

 

설명서인데 여러 언어로 되어 있어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왼쪽 페이지 그림처럼 모니터에 걸쳐두고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캘리브레이션 장비는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캘리브레이터 본체입니다. 돌리는 방식으로 뚜껑을 열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빛을 측정하는 부분이 스파이더보다는 훨씬 더 큽니다. 이 부분에서 괜찮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고로 x-rite사의 i1계열의 캘리브레이터와 하드웨어는 동일합니다. 이는 스파이더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측정하는 하드웨어는 동일하고 소프트웨어만 차이가 있습니다. 저처럼 업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을 쓸 계획이라면 그냥 저렴한 것 사면 됩니다. 컬러멍키 디스플레이가 선택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옆에서 보니 대구경 렌즈처럼 보입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부분이니 렌즈와 다를 바 없긴 합니다.

 

 

 

실제 모니터에 걸쳐둔 모습입니다. 초점이 캘리브레이터 끝부분에 맞으니 저렇게 보이네요. 열심히 측정하고 있습니다.

 

 

 

빛을 받는 부분 반대쪽에 이렇게 삼각대에 연결할 수 있는 홀이 있습니다. 삼각대를 활용해서 프로젝터 스크린도 캘리브레이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캘리브레이터를 모니터에 걸쳐둘 때 고정을 위해 달린 무게추입니다. 튀어나온 부분은 손으로 누르면서 선을 잡아당기면 위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위치에 두고 모니터에 걸쳐두면 됩니다. 측정하는 중에는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되기 때문에 제법 중요한 부분입니다.

 

 

 

DisplayCAL에서 측정을 시작할 때 나오는 화면입니다. 제가 쓰는 모드는 표준적인 모드입니다. 6500k에 감마 2.2이죠.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저 기준에서 변경할 이유는 없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컬러멍키 디스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파이더2도 지원해주는군요. 괜히 샀나 싶긴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리고 컬러멍키 디스플레이가 그 오래전 스파이더2보다는 훨씬 더 성능이 나을 겁니다. 아마 분명히 그렇겠지요.

 

 

 

한참 걸려 캘리브레이션이 끝났습니다. 기본 모드로 했는데 대략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설정을 변경해서 더 상세한 분석을 하면 아마도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분석을 잘 하면 좋긴 합니다. 아무튼 제 모니터 갤리브레이션이 끝났고 전용 프로파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저기에서 "설치" 버튼을 누르면 시스템에 적용되고 다음부터는 부팅할 때마다 자동으로 이 컬러 프로파일이 적용됩니다.

 

대략적으로 제 모니터는 sRGB 99%, AdobeRGB 72%, 요즘 많이 언급되는 DCI P3라라는 색역은 77% 정도를 지원하는 모니터입니다. 저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색역 커버리지보다는 색의 정확성이니까 그렇게까지 중요한 정보는 아닙니다.

 

 

 

프로파일을 설치하면 이렇게 윈도우 설정에서 색 프로필이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ispalyCAL에서 결과로 만들어진 프로파일을 분석해서 얼마나 캘리브레이션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매우 상세한 데이터 시트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요약부분만 캡춰한 것입니다. 4가지 모두 양호하게 캘리브레이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캘리브레이션을 끝내고 나서 이전 상태와 주관적인 비교를 해보면 확실히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맞습니다.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충분히 사람이 인식할 수 있고, 이후의 상태가 색의 구분이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그러나 전후의 비교가 엄청나게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모니터에서 사진을 볼 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겠다면 딱히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요즘 모니터는 다들 품질이 좋아져서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다들 자기 만족입니다. 저는 충분히 캘리브레이션 결과에 만족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더 보기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캘리브레이션을 해주면 다음에 모니터를 변경해도 동일한 색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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