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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불법체류외국인이 범죄의 온상이라는 편견

by @푸근 2014. 7. 26.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나라도 점차 인종주의, 외국인혐오같은 극우주의적인 퇴행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부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특히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불법체류외국인이라면 인식을 더욱 나빠집니다.

 

불법체류외국인은 일단 우리나라 법을 어긴 사람들입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들이죠. 그래서 이들이 흉악한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는 오명을 받기에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그럼 실제로 그럴까요?

 

 

위 자료는 외국인 범죄의 증가율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증가율이 100보다 작으면 범죄가 감소한 것이니 더 좋은 겁니다. 2012년만 봅시다. 전체 외국인 범죄는 33,121건이었고, 그 중 불법체류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1,591건입니다. 간단히 계산하면 전체 외국인 범죄 중 4.8%의 범죄가 불법체류외국인이 저지른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있는 전체 외국인 중 불법체류외국인이 4.8%보다 많다면 단순 산술계산 상으로는 불법체류외국인의 범죄가 더 적은 것이 됩니다. 제가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하지만 4.8%보다 더 많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아무튼 단순 비교만으로도 불법체류외국인의 범죄율이 현저하게 더 높다라고 확인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통계자료를 검토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사람들입니다. 비자를 받으려면 그래야죠. 그리고 한국에 오려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그들이 돌아가지 않고 계속 한국에 남아서 불법체류 신분을 감수하는 것 역시 더 돈을 벌기 위함입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데 범죄를 저질러서 더 큰 주목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그들에게 타국입니다. 경찰이 그들의 사정을 좋게 봐줄리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찰이건 뭐건 대놓고 무시하고 삿대질하는 우리나라 아저씨들이 미국 놀러가서 그 동네 경찰한테도 그러던가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위 글은 최영신의 "외국인 불법체류와 외국인범죄"라는 논문의 일부분입니다(형사정책연구 18권 3호, 1337쪽). 이 논문에 따르면 불법체류외국인의 범죄는 한국의 평균적인 범죄수보다도 현저히 낮고, 그들은 오히려 범죄의 가해자가 아니라 취약집단이이라는 말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불법체류외국인들은 약자입니다. 경찰에 그냥 신고만 하면 바로 잡혀가서 강제출국당합니다. 바로 이런 점을 노려 일부 나쁜 사람들이 월급도 안주고 일시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외국인범죄는 일어납니다. 그런데 흉폭한 일부의 범죄가 크게 부각되고, 이는 곧바로 집단적 편견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무한한 확증편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입니다. 범죄는 어디서나 일어납니다. 어느 집단이나 일정한 비율로 나쁜 놈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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