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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테러리스트, 무슬림, 그리고 프랑스

by @푸근 2015. 1. 9.

다들 아시다시피, 샤를리 앱도라는 잡지사가 공격을 당해 12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테러리즘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의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 중 하나가 프랑스라는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나마 호의적인 편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위 조사에 따르면, 유럽 나라 중에서 이탈리가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고, 프랑스는 그나마 호의적인 나라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유럽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가 프랑스이기도 합니다(대략 8%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리즘이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서 일어났습니다. 이건 어떤 경계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성과 배타성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무슬림 전체를 비난하고 그들의 책임을 묻기엔 부당한 점이 있습니다. 이건 마치 아프리카 서안에서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이를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해서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과 유사한 겁니다.

 

전세계 인구 중 22%가 무슬림입니다. 전세계 인구를 70억 명이라고 한다면, 15억이 넘는 숫자입니다. 이번 사건을 무슬림 전체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은 15억 명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슬람교는 내부 다양성이 높은 종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맨날 지들끼리 싸웁니다. 일부의 이상한 놈들이 심각한 사고를 치고 다닙니다만 그놈들이 다 그놈들인 건 아닙니다. 15억이면 절대로 그놈이 그놈일 수 없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나쁜 놈들이 무슬림 내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가장 많이 희생당하는 사람들 역시 무슬림입니다. IS라는 시대착오적인 집단이 백인 몇 명을 참수했고, 그것이 끔찍한 범죄임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가장 많이 죽인 사람들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고 대부분 무슬림입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이슬람 문명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슬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저도 이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여성차별 때문입니다.

 

이슬람교 신자들은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가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 시스템이 근대화되지 못한 것입니다. 기독교가 중심이었던 서구 사회에서도 이상한 놈들은 항상 있었습니다. 서구 사회가 나쁜 인자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의 근대화였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교분리였습니다. 몇몇 이슬람 국가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IS와 같은 극단적인 분파들은 정치와 종교를 더욱 일치시키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이슬람 문명권이 시급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근대적인 정치체제를 세우는 겁니다. 그나마 터키와 같은 국가가 단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서구 사회와 이슬람 문명 사이의 갈등은 매우 오래된 일입니다. 십자군 전쟁부터만 하더라도 천년이 넘어가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또한 반대로 천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류가 무능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이 더 큰 갈등으로 발전하기보다는 갈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흐름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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