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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워터맨 퍼스펙티브 만년필 개봉

by @푸근 2018. 3. 4.

만년필은 참 매니악한 대표적인 물건 중 하나입니다. 요즘처럼 다양한 필기구가 등장한 시대에 언제적 만년필입니까? 그런데 말이죠, 이런 구식 물건들 중에서 어떤 것은 여전히 묘한 매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년필도 그런 물건 중 하나입니다.

 

제가 만년필을 처음 쓴 것은 아주 오래전 중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여러 색의 잉크를 사두고 바꿔쓰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당연히 손에 묻고, 흘리고, 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걸 써보겠다고 이리저리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론 만년필을 전혀 손대지 않았지만 그때 재밌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교보문고 한켠에 있는 만년필 가게 앞을 지나면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하나 사서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 충동적으로 만년필 하나와 잉크를 구입했습니다. 물건을 받고 보니 왜 갑자기 그런 일을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기분은 나쁘지 않더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나 제대로 써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갑작스럽게 구입한 제품은 워터맨 사에서 생산하는 퍼스펙티브라는 제품입니다. 만년필치고 대중적인 제품도 아니고, 저렴한 제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고가의 제품도 아닌 참 애매한 위치에 있는 물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생긴 만년필입니다.

 

 

 

박스입니다. 워터맨이라는 상표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파리에서 생산되는지 강조가 되어 있습니다.

 

 

 

밑면에 수입사가 적혀 있습니다. 항소라는 곳에서 워터맨 제품을 수입하나 봅니다. 원산지가 파리인지는 몰라도 프랑스는 맞나 봅니다.

 

 

 

겉박스를 제거하면 진짜 만년필이 들어 있는 박스가 나옵니다. 고급스럽게 생겼습니다. 파란색이 무척 세련되어 보입니다.

 

 

 

나름 얼짱각도로 다시 한번.

 

 

 

박스를 열면 이렇습니다. 열리는 방식을 보면 꼭 반지나 목걸이라도 들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딸랑 만년필 한 자루가 전부입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퍼스펙티브라는 제품인데 워터맨 사에서 생산하는 만년필 중에서 가격 순서로 보자면 밑에서 세번째 쯤 되는 제품입니다. 퍼스텍티브 만년필도 색상이 여러가지가 있고 그중에서 저 박스와 같은 짙은 파란색이 대표색상인데 저는 표준적인 검은색의 금박이 있는 GT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뭔가 보수적인 느낌입니다.

 

사실 워터맨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은 엑스퍼트라는 만년필입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것이 퍼스펙티브보다 약간 저렴합니다. 하지만 제가 엑스퍼트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디자인 때문입니다. 엑스퍼트는 중간부분이 더 두꺼운 모양인 반면, 퍼스펙티브는 두께가 일정한 원기둥 모양입니다. 저는 후자의 디자인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만약 가격 차이가 컸다면 모르겠지만 두 제품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퍼스펙티브로 선택했습니다.

 

 

 

밑바닥에 추가 부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총 구성품은 이렇습니다. 만년필 본체, 보증서, 설명서, 컨버터 1개, 카트리지 2개. 이것이 전부입니다.

 

 

 

설명서입니다. 컨버터에 잉크 채우는 법, 카트리지 교체하는 법 등이 다양한 언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만 한국어는 없습니다. 만년필 사용법은 검색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고 다양한 동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저 설명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년필 본체 확대사진. 중간에 워터맨이라고 적힌 금박 부분이 이 제품의 가장 강력한 뽀인트! 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만 확대해서 찍어 봤습니다.

 

 

 

캡을 열었습니다. 펜촉도 금색입니다. 역시 뽀대가 최고입니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곳을 보면 유료든 무료든 각인을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대개 갭에 각인을 합니다. 저도 할까 생각해 봤는데 오프라인에서 각인된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니 그다지 이뻐 보이지 않더군요. 선물용이라면 모를까 저는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펜촉의 반대쪽 피드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EF같은 가는 촉을 선호하시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저에게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일반 볼펜도 1mm를 쓰는 저같은 사람에겐 평범한 두께면 충분합니다.

 

 

 

다 분리했습니다. 이제 컨버터를 넣고 조립해야지요.

 

 

 

컨버터입니다. 잉크를 채우는 피스톤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이걸 본체에 꽉 끼우고 잉크를 채워주면 만년필을 쓸 수 있습니다.

 

 

 

함께 주문한 검은 색 잉크입니다. 카트리지로 쓸까 하다가 미리 사두는 것도 귀찮고 해서 컨버터로만 쓰기로 했습니다. 잉크를 직접 주입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도 해봤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되지도 않았구요.

 

 

 

잉크병 디자인은 참 변하지 않습니다.

 

 

 

혹시 모르니 바닥에 종이를 깔고 잉크 주입 준비를 합니다. 주입하는 방식은 펜촉을 잉크에 담궈주고 컨버터를 돌려서 잉크를 빨아들이면 됩니다. 말로 설명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한번 해보면 진짜 간단합니다.

 

 

 

컨버터에 잉크를 주입하고 배럴을 결합했습니다. 휴지의 검은색 잉크는 펜촉을 닦은 것입니다.

 

 

 

테스트를 해봅니다. 오랜만에 만년필을 써보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부드럽게 잘 나옵니다. 참고로 퍼스펙티브는 약간 무거운 편입니다. 그래서 갭을 본체 뒤쪽에 꽂고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갭은 그냥 옆으로 빼두고 본체만 잡고 쓰면 적당한 무게가 됩니다. 캡이나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리 만년필의 장점을 이야기해봐야 요즘같은 시대에 불편한 물건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관리하는 것 역시 불편한 점 투성이입니다. 일정하게 쓰려면 닙도 잘 관리해줘야 합니다. 여러모로 불편할 뿐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더 비쌉니다. 제가 구입한 퍼스펙티브도 만년필 중에서는 고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필기구와 비교하면 사치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만년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든 분위기든 단순 수집이든 간에 말입니다. 저 역시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니 예전에 손에 잉크 엄청 묻혀가면서 만년필을 썼던 어린 시절의 그때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뭐 다 그런거죠. 자기 멋에 사는 거, 그런 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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