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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임금 상승의 알 수 없는 이유

by @푸근 2014. 10. 17.

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기 마련입니다. 물가가 상승하니 임금도 함께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임금이 상승했다고 엄격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보다 더 많이 올라야 실질적으로 임금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임금이 상승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손이 달리면 일당이 오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마찬가지로 노동력이 풍부하면 임금의 상승이 억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그렇게 노동의 유연성을 좋아하죠.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둔다면 실업률이 높으면 노동력이 풍부한 것이니 임금상승이 억제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임금이 더 많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진짜로 그럴까요?

 

출처#1 : http://www.nytimes.com/2014/10/04/upshot/jobs-report-highlights-the-wage-growth-puzzle.html

출처#2 : http://www.nytimes.com/2014/10/07/upshot/the-great-wage-slowdown-of-the-21st-century.html

 

 

참 사람 당황스럽게 만드는 희한한 그래프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그래프는 난생처음입니다. 아무튼 자세히 살펴봅시다. 위 그림에서 파란색 실선에 주목해 봅시다. 이 선은 2007년 12월부터 시간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끝은 2014년 9월입니다. 매달마다 특정 좌표를 점찍은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점을 찍은 것일까요? 그래프의 가로축은 실업률이고, 세로축은 임금상승입니다. 매달마다 그때의 실업률과 임금상승을 가지고 좌표를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점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시간에 따라 추적한 것이죠.

 

 

그 결과는 "전혀 알 수 없다"입니다. 그래서 원 기사의 제목에서도 퍼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앞서 생각했던 가설을 다시 꺼내봅시다. 분명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상승이 억제되어야 하고, 그 반대라면 임금이 더 많이 상승해야 할텐데 실제 기록된 상황은 일정한 관계 자체가 없습니다. 임금이 상승하는 이유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위 그래프는 2000년 이후에 임금상승의 정도를 살펴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계층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자주색 선은 평균적인 임금상승을 보여주고, 자주색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회색선은 하위 25%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위쪽에 회색선은 하위 90%, 즉 상위 10% 위치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보여줍니다.

 

정리하자면, 애초에 임금이 높은 상위 임금노동자들만 임금이 상승했고, 대다수 나머지 임금노동자들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상승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과 위의 그래프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런 가설이 가능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임금상승은 실업률과 관계없이 억제되었고, 변동폭은 일정한 영역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임금상승의 일정한 구역 안에서 그때그때마다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요상한 모양의 첫번째 그래프도 대충 설명됩니다.

 

문제는 상위 10%이내의 일부 임금노동자들만이 지속적으로 임금이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실업률이나 경기상황에 상관없이 임금이 상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소수의 상위 정규직 임금노동자들이 귀족화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들은 자신의 임금 결정권에 개입할 여지가 많아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2000년 이후 임금상승도 양극화되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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