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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만우절, 거짓말 그리고 통계

by @푸근 2014. 4. 1.

만우절입니다. 거짓말과 관련된 날이죠. 일년에 하루 재미로라도 거짓말을 허용한다는 것은 다른 날에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하나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통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계가 알고보면 현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거짓말이라는게 꼭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는 날조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진짜 강력한 거짓말장이는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하도록 슬쩍 유도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는 날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 하나를 말하지 않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죠. 통계가 하는 거짓말이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며칠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천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기사대로라면, 통계자료대로라면 우리 국민의 소득은 제법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참고로 저는 전혀 아닙니다. 아마 대다수가 비슷할 것입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통계는 거짓말장이일 뿐입니다.

 

 

 

 

평균은 당신과 상관없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GDP는 3%가 증가했고 GNI는 4%가 늘었습니다. 1인당 2만 6천달러의 소득이라면 4인 가족은 10만 달러를 넘게 벌어야 평균이라는 이야깁니다. 10만 달러면 엄청난 돈입니다. 다들 그만큼 벌고 있습니까? 평균이라고 함은 보통 산술평균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중간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 세계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에 따라 평균은 너무나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정규분포

 

 

 

멱급수 혹은 롱테일 : 이게 보통 사람사는 세상의 현실

 

보통 우리는 정규분포를 가정합니다. 부자들 조금, 중간층 많이, 가난한 사람 조금. 그러나 이건 머릿 속에 있는 환상일 뿐입니다. 실제 현실은 아래에 있는 그림에 가깝습니다. 아주 약간의 사람이 엄청난 부를 갖고 있고 절대 다수는 다 고만고만할 뿐입니다. 이걸 롱테일이라고 부르든 멱급수라고 부르든, 파레토 분포라고 부르든 다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서 평균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이 식당에서 밥먹고 있는데 빌게이츠가 들어왔습니다. 이때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평균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어마어마 하겠지만 그건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없는 숫자일 뿐입니다. 그 집단을 대표할 수 없죠.

 

그러니 평균이란 값을 들으면 정규분포보다는 아래 그림을 먼저 떠올리세요. 그럼 이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2만 6천 달러를 번다는 이야기는 나와는 큰 상관없는 값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진짜 내 소득이죠. 위에 링크가 기사 중 첫번째에 1인당 GNI에서 PGNI가 차지하는 비율이 56.1%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이 2만 6천 달러 중 기업이나 정부가 번 게 아니라 일반 가구가 번 돈은 56%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GDP가 오르면 좋은가?

 

GDP가 증가했다는 말은 경제가 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좋은 뜻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가 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대기업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한테 그냥 나눠주지 않습니다. 간접적으로 약간의 이익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업이 번 돈 대부분은 재투자되거나 그냥 쌓여있을 뿐입니다.

 

또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사교육비가 더욱 많이 들어갑니다. 고등학생 아들의 학원비가 모자라 엄마가 안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래봤자 대단한 직업일리 없습니다. 비정규직 알바가 대부분일 겁니다. 아무튼 그래도 통계적으로는 새로운 소득이 생겼기 때문에 GDP는 상승합니다.

 

즉, GDP의 증가는 말 그대로 증가했음을 보여줄 뿐 그게 왜, 어떻게 증가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GDP를 그냥 숫자만으로 따져서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들 한테 온갖 특혜을 몰아줘서 돈을 많이 벌어오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상승률 자체는 많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가를 봐야 합니다.

 

숫자의 힘은 강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하면 피해도 큰 법입니다. 숫자 그 자체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이면도 함께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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