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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이상한 환상

by @푸근 2014. 3. 17.

값비싼 취미였던 오디오. 지금도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해진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오디오 장비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좋은 소리에 관심을 갖게된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장비를 다루는 모든 영역에서 그렇듯이, 오디오 영역에도 장비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여 미신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오디오는 최종단계가 소리라는 아날로그 상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잘못된 관념들이 주관적 판단이라는 미명하에 유통되고 있다.

 

그런 잘못된 관행 중에 케이블에 대한 오해도 널리 퍼져 있다. 특정 오디오 케이블을 사용하면 음질이 좋아진다는 생각이다. 일단 음질이 좋아진다는 말 자체가 주관적이고 판단 불가능하기 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런 주장을 꺼내는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좋다고 생각한다는데 뭘 더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그냥 자기 만족에 살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취미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럼 주관적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시고,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논리적 생각을 잠깐 해보자. 사실 이건 무척 간단한 이야기인데, 오디오에서 케이블이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자.

 

 

위 그림을 보자. 케이블은 A에서 B로 신호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케이블의 모든 역할이다. 이걸로 끝이다. 그러니 정상적인 케이블이란 A에서의 신호와 B에서의 신호가 완벽하게 똑같아야 한다. 그런 케이블이 좋은 케이블이다. 만약 A에서의 신호와 B에서의 신호가 서로 다르다면 그건 케이블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 음질이 좋아졌던 아니건 간에 뭔가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케이블로서는 불합격이다. 그건 케이블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케이블이 썼더니 음질이 좋아졌다는 주장을 검토해보자. 이 이야기는 A에서의 신호와 B에서의 신호가 달라졌고, 달라진 방향이 의도하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변했다는 뜻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이 케이블은 좋은 장비인가? 나의 주관적 판단이 좋든 나쁘든 일단 신호가 변했다면 그건 케이블로서 자격미달이다. 그냥 버려라.

 

좋은 케이블이란 A에서 신호를 있는 그대로 B에 전달하기 위해 왜곡될 수 있는 요인들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그런 장비이다. 그 노력 정도에 따라 고급 케이블과 그렇지 않은 케이블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케이블이라면 인간의 귀가 감지하는 수준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케이블이 그러하다.

 

만약 소리를 바꾸고 싶다면 케이블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퀄라이저를 쓰든가 리시버를 바꾸는 것이 맞다. USB선을 바꾼다고 연결된 외장하드의 정보가 달라진다면 누가봐도 이상할 것이다. 음질을 좋게 한다고 케이블을 바꾸는 건 안 이상한가? 왜 케이블 바꿔서 증폭도 하지 그래? 그럼 앰프도 필요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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