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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소니 WF-1000XM5 무선 이어폰으로 교체

by @푸근 2023. 10. 8.

작년 말 저는 젠하이저의 MTW3 무선 이어폰을 구입했습니다. 음질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외출 시 항상 지니고 다녔습니다. 케이스 크기가 다소 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제가 사용하는 용도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왼쪽 이어폰에서만 주기적으로 삐~ 하는 신호음이 들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발생하는 것이라서 저는 무슨 숨겨진 기능을 저도 모르게 설정한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의 문제였습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끄면 이런 신호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이 기능을 켜기만 하면 여지없지 일정한 주기로 한쪽에만 신호음이 나왔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왼쪽과 오른쪽의 볼륨 밸런스가 약간 달라졌습니다. 오른쪽 볼륨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연결 기기를 바꿔보기도 하고, 다른 이어폰과 비교해봤지만 역시 이 젠하이저 MTW3만 볼륨 밸런스가 달랐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는 왼쪽 이어폰 쪽에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제 AS를 보내면 되는데, 문제는 젠하이저라는 기업 역시 AS가 사실 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엉망이라는 점입니다. 운좋게 잘 해결된다 하더라도 걸리는 시간은 무척 길었다는 후기들이 자주 검색됩니다. 그러니 AS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 기간동안은 이어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AS는 AS이고 이와 별개로 다른 제품을 하나 더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무선 이어폰은 음향기기이기는 하지만 블루투스 연결기술이 핵심인 전자제품이기도 합니다. 음향기기 업체로서 젠하이저는 대단히 우수한 기업이긴 하지만 우수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자업체의 제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이 분야에서 전자업체라고 한다면 삼성, 애플, 소니 세 기업 이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니 그건 바로 제외, 그리고 저는 소니의 음향 스타일을 좋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바로 소니 제품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은 현재 소니의 최신 무선 이어폰인 WF-1000XM5입니다.

 

박스 포장입니다. 환경친화적인 재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재활용된 두툼한 종이 재질입니다. 기업에게 있어 친환경이란 말은 저렴한 재질과 동일한 의미인가 봅니다.

 

박스 윗면에 중요한 특징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360입체 오디오, 하이레졸루션 오디오, 8시간 사용에 케이스에서 추가 충전해서 16시간 더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대단했습니다.

 

표시된 부분을 잡고 뜯어내는 방식으로 포장을 열면 됩니다. 한번 열면 다시 원래대로 돌리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구성품입니다. 이어폰이 안에 들어있는 케이스, 박스, 간단 설명서, 케이블 및 기타 부속품들입니다.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박스 안쪽도 모두 친환경적인 재활용 재질이 사용되었습니다.

 

입체 음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쿠폰 비슷한 것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특정 사이트에 가입해야 합니다. 저는 귀찮아서 시도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선 이어폰에서 기대하는 기능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간단 설명서입니다. 무선 이어폰의 사용방식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전용 앱을 설치하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충전단자는 USB Type-C입니다. 동봉된 케이블은 Typc-C to Type-A입니다. 그리고 케이스 바닥면에는 무선 충전 기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려두면 무선 충전도 됩니다.

 

케이스를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아담합니다.

 

뒷면에 충전단자와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은 패어링 모드에 들어가거나, 초기화하는 데 사용하는데 실제 사용할 일은 많지 않더군요.

 

소니와 젠하이저 제품 케이스 크기 비교입니다. 젠하이저 제품이 훨씬 더 큽니다. 음질이란 측면에서 젠하이저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만,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소니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니의 음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소니의 음질은 뭔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저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 편입니다.

 

뚜껑을 열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켜지고 연결 대기 상태가 됩니다. 이미 한번 연결해 둔 기기와는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두 대까지 다중연결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기능을 잘 쓰지 않습니다.

 

이어폰 본체를 꺼냈습니다. 매끈하게 생긴 것이 착용감은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도 다들 지적하는 바와 같이 꺼내기가 불편합니다. 케이스를 열고 이어폰 본체를 꺼낼 때 표면이 미끄러워서 잘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명 많은 분들이 이 과정에서 이어폰을 떨어뜨린 경험이 한두번쯤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크기가 작은 제품이라 분실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문제는 수정하기가 어려우니 매번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검은 색 제품도 있습니다만 저는 실버 색상이 더 나아보여 이걸로 선택했습니다. 매끈하니 보기에도 좋고 착용감도 좋습니다. 전용 앱에는 착용하는 방법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어팁입니다. 이어팁은 총 4가지 크기가 지원됩니다. 위 사진에 보이듯, SS, S, L 사이즈가 있고 M 사이즈는 기본적으로 끼워져 있습니다. 저는 M 사이즈가 적당한 것 같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이어팁의 문제는 재질이 폼팁이라는 것입니다. 폼팁은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안맞는 분들은 다른 이어팁을 추가로 구매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 둔감한 편이라 그냥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쓰는 편인데 안맞는 분들은 많이 불편할 겁니다.

 

그리고 폼팁은 빨리 닳습니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분들은 폼팁을 추가로 구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니에서 따로 팔기도 합니다만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분명 좋은 일은 아닙니다.

 

소니의 WF-1000XM5는 밸런스가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기능은 모르겠고 오직 음질로만 승부하겠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제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그런 제품을 쓰느니 차라리 꼬다리 DAC과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겠습니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은 편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음질의 범위 안에서 편리하고 안정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저에겐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니의 제품은 여러 모로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음질은 분명 다소 자극적인 스타일입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듣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듣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LDAC이라는 코덱은 생각보다 더 좋았습니다. LDAC을 사용하면 끊김이 더 빈번하다는 사용후기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끊기는 정도가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젠하이저 제품이 끊기는 빈도보다 소니 제품에서 LDAC을 쓰는 게 끊김의 빈도가 더 적다는 느낌까지도 받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음질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LDAC으로 설정했을 때 뭔가 밀도가 더 높아졌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LDAC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모드의 음질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서 발생한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입 이후 계속 LDAC 코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이즈캔슬링 기능, 이건 정말 대단했습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 자체가 향상되었을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은 폼팁의 사용으로 밀폐 정도가 더 높아져서 생기는 효과일 것입니다. 어쨌든 제 귀에 적용되는 노이즈캔슬링의 최종 상태는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젠하이저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노이즈캔슬링이 작동되어도 외부의 소리가 약간은 들어와서 노이즈캔슬링을 끄지 않아도 외부의 정보를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니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는 가끔은 이 노이즈캔슬링을 잠시 멈춰 외부소리 듣기 기능을 켜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특히 버스탈 때 교통카드 찍히는 소리를 전혀 못들어서 이미 찍힌 줄도 모르고, 귀에서 이어폰을 뺀 후 다시 교통카드를 찍어보는 일이 두 번이나 생겼습니다. 젠하이저 제품을 쓸 때는 노이즈캔슬링을 끄지 않아도 집중하면 이 소리를 작게나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니 제품에서는 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니의 전용 앱에는 내 목소리를 인식하면 잠시 외부소리 듣기 모드로 변경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 탈 때 헛기침 해주면 음악이 멈추고 외부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갑니다. 노이즈캔슬링 효과가 강력하니 이 기능이 제법 요긴합니다.

 

저는 무선 이어폰을 음향기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제품은 배터리 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더 이상 사용이 쉽지 않은 물건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사용기간이 긴 일회용 제품입니다. 그래서 젠하이저의 제품을 선택한 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젠하이저는 뛰어난 음향기기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HD 800S라는 헤드폰만 보아도 이 점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실내가 아닌 밖에서 저에게 필요한 제품은 음향기기가 아니라 전자제품이었습니다. 소니 제품을 사용해보니 이 점이 더욱 확실해습니다. 그리고 소니는 이 점을 충족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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