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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새 PC 조립과 최근 트렌드에 대한 단상

by @푸근 2021. 1. 25.

새로운 PC를 하나 새로 마련했습니다. 일부 부품들의 품귀현상으로 선택의 폭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제법 만족스러운 PC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제 손으로 직접 조립도 했습니다. 조립 작업이 귀찮아서 항상 추가비용 지불하고 조립을 의뢰했었는데 이번엔 한 가게에서 모든 제품을 구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조립을 맡기기 애매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직접 했고 어쩌다 한번쯤은 재밌게 해볼 수 있는 체험입니다.

 

주요 구성품은 이렇습니다.

 

 

간단한 구성임에도 선정리는 정말 지저분하더군요. 다음부터는 역시 전문가에게 조립을 맡겨야겠습니다. GPU를 제외하고는 낮은 성능의 제품은 아니라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이런 그림은 보기만 해도 흡족하지요.

 

 

8코어 16쓰레드의 이 모습은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5600X도 저에겐 충분하고도 남지만 그럼에도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8코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참 아름답습니다. B550 칩셋은 PCIe 4.0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이 스펙을 지원하는 SSD를 구입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성능을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것이 온전하게 체감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스펙 경쟁이란게 결국 다 자기만족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일부 부품 품귀현상

 

주변에서는 다들 PC 구입을 만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상황이 비정상적입니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지금 몇몇 부품은 아예 구할 수조차 없고, 이 상황이 제법 오래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심각한 부품은 그래픽카드이고 제가 사려고 했던 B550 보드 역시 애즈락과 기가바이트 두 개 회사 제품 이외에는 모두 구하가 어려웠습니다. 그래픽카드야 저에게 중요한 부품은 아니니 적당한 것 구하면 그만이지만 B550 보드는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ASUS 제품은 아예 구할 수도 없었고 기가바이트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라 선택지가 애즈락이외에는 없었습니다. 그중에서 ATX 규격을 가진 중간 이상의 라인업 제품을 고르려니 '스틸레전드'라는 제품만이 남더군요. 무선랜과 블루투스는 따로 구입해서 달아야 하기에 추가적인 비용도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시간과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다 완성하고 난 지금에서는 참 만족스럽습니다.

 

 

난무하는 LED

 

요즘 PC 부품에는 모든 곳에 LED 장식이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너무 과하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PC를 닫아두고 책상 밑에 놓고 쓰기에 LED 등은 전기 낭비일 뿐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LED와 관련이 없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녹투아 팬이 제격입니다. 성능도 좋고 LED도 없고. 그래서 케이스에 들어가는 모든 팬은 녹투아의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메인보드에도 LED가 있는데 바이오스에서 끌 수 있더군요. 이제 좀 PC가 차분해졌습니다. 화려한 LED가 PC를 감싸는 것이 지금 유행일지 몰라도 몇 년 뒤에 이걸 다시 보면 그때에도 예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케이스의 발전

 

PC 부품 중에서 그나마 가장 변화가 느린 제품이라면 단연 케이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케이스를 알아 보면서 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요즘 케이스들은 다들 엄청나더군요. 제가 구입한 프랙탈 디자인 사의 케이스도 나사 몇 개만 풀어주면 거의 모든 부분을 다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런 류의 제품이 많이 등장한 것을 보고 케이스의 발전도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드디스크 베이나 선정리 홀 및 공기 흐름 고려하는 배치 등을 보니 10년 전에 쓰던 케이스와는 상대도 되지 않겠더군요. 그래서 예전 케이스를 재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 불편한 옛날 제품을 다시 쓸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그냥 폐기해야겠습니다.

 

 

당연시 된 오버클럭

 

과거 PC의 오버클럭은 특별한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버클럭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픽카드는 아예 오버클럭해서 만들고, 램은 XMP가 설정되어 팔리더군요. 램 타이밍을 세분하여 제품이 나오는 걸 보고 약간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램 구입할 때 저런 수치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오버클럭이란 것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된 점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니 CPU 자체가 클럭이 고정되어 있지 않게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CPU들은 여러 조건들에 맞게 최적화된 클럭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됩니다. 상황에 따라 클럭이 최적화되어 변동하니 오버클럭이란 개념 자체가 희미해진 것이죠. "오버"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작동하는 것이니 굳이 "오버클럭"이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PBO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버스러운 클럭이 아니라 정확한("Precision") 클럭을 공급하는 기능인 셈입니다. 아무튼 기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화했음을 또 한번 이렇게 체감했습니다.

 

 

역시 전통적인 표준이 편하다

 

이번에 정말로 오랜만에 ATX 규격의 PC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LP사이즈, Mini-ITX 등 소형 컴퓨터만 주로 썼는데 ATX 규격을 다시 써보니 역시 큰 놈이 편하고 이것이 괜히 표준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품 선택부터 조립까지 제약 사항이 별로 없으니 참 편합니다. 특히 NH-15S라는 공랭 쿨러의 박스를 열어보고는 그 거대한 사이즈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ATX 규격의 보드에는 쉽게 장착이 가능하더군요. 역시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좋습니다. ATX가 괜히 오랫동안 표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리안리 사의 고급 케이스를 구입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자주 교체하기보다는 고급스러운 제품을 오래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은 정말로 10년이 넘은 지금도 사용 중입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 생각 자체는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술변화의 속도는 내 예상보다 더 빠르다는 점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교체주기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요즘같은 난감한 시기에 PC를 새로 조립했고 그 결과물이 참 만족스러웠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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