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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ASUS ROG Falchion 무선 미니 키보드

by @푸근 2021. 1. 31.

기계식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법 괜찮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서 참 반갑습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게임"입니다. 게이머를 주요한 대상으로 삼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능만 충분하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특이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은 대체로 게이머를 대상으로 출시되고 덕분에 가격도 높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이 미니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키보드 취향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축 계열의 키(그중에서도 카일 박스 화이트 키를 가장 선호), 텐키리스 사이즈, 무선 연결 지원, 묵직한 금속 하우징, 비키 스타일, 충전식이 아닌 AA규격 배터리, PBT 키캡 등입니다. 이런 조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요인을 만족하는 제품을 고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아콘 키보드는 위 조건 중 무선과 배터리 부분만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이고 참 좋은 제품입니다. 그런데 제 관심을 끄는 무선 키보드가 보여 바로 주문했습니다. 그 제품은 ASUS의 ROG Falchion이란 미니 키보드입니다. 저는 원래 일반적인 텐키리스 키보드보다 더 작은 미니 키보드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쓰는 업무에서는 방향키와 페이지업, 페이지다운, 홈, 엔드 키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미니 키보드들은 이 부분이 불편해서 선택 목록에서 처음부터 제외하곤 합니다.

 

 

 

위 키보드는 Anne Pro 2라는 매우 유명한 미니 키보드입니다. 무선이 지원되며 제가 좋아하는 카일 박스 화이트 키도 지원하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하나 구입해볼까 한참 고민하기도 했지만 역시 앞서 이야기한 미니 키보드의 한계로 결국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ROG Falchion은 오른쪽 끝에 5개의 키가 추가되었고 거기에는 페이지업, 페이지다운 키도 있었습니다. 이걸 확인하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저의 첫번째 기계식 미니 키보드입니다.

 

 

 

주문하고 일주일 뒤 배송이 되었습니다. 포장 디자인이 무척 멋있습니다.

 

 

 

Falchion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고전 무기 이름이더군요. 이 제품의 특징이 간략히 표시되어 있습니다. 65% 크기의 무선 기계식 키보드이고, 체리 청축을 쓰고, LED는 오로라 싱크를 지원하고, 영문 키캡입니다.

 

한글 키캡은 출시되지 않았고, 적축과 청축만 출시되었습니다. 게임하는 분들은 저소음 적축이 대세인 듯 합니다만 타이핑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청축 계열이 최고입니다. 나중에 한글 키캡이 추가로 출시되면 좋겠습니다.

 

 

 

박스 뒷면에 세부 스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매크로 기능을 지원하고, 무선 연결은 블루투스가 아니라 2.4GHz 동글을 이용합니다.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전용 동글이 블루투스보다 더 나은 점은 부팅 시 바이오스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속 박스입니다. ASUS의 ROG 마크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박스를 열면 키보드 본체가 있는데, 윗면도 스펀지를 붙여 충격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매우 좋은 포장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준입니다.

 

 

 

구성품입니다. 키보드 본체, 케이블, USB변환 젠더, 설명서, 보증서, 스티커입니다. 무선 연결 동글은 키보드 본체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설명서 중 한글로 된 부분입니다. ROG Armoury Crate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것 없이도 바로 연결하면 키보드를 쓰는 데 문제는 없지만 이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그램이 필수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키 매핑, 매크로 설정, LED 설정, 프로파일 전환, 펌웨어 업데이트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꼭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보니 저에게는 필요없는 기능도 많았습니다. 약간 아쉽다는 느낌은 들지만 게이머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키보드 본체. 이 키보드는 커버도 함께 제공되는데 커버가 뒷면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포장해 둔 듯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맨 오른쪽에 Ins, Del, PgUp, PgDn, > 키가 있습니다. 세로로 한줄 더 있는 셈인데 이것이 이 키보드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 살짝 다른 부분이 있는데 바로 Home, End 키입니다. 저는 Fn키와 왼쪽 화살표, 오른쪽 화살표를 조합하여 Home과 End 키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PgUp, PgDn 키를 조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살짝 아쉽지만 이 방식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그외 기타 설정 키조합입니다. 나중에 제가 보려고 넣어둡니다. 출력해서 키보드 밑에 붙여두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키보드 커버입니다. 전용 제품이니 당연히 딱 맞습니다. 언듯 금속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입니다.

 

 

 

커버를 밑에 씌여 둔 옆 모습입니다. 이 키보드에는 왼쪽 측면에 특수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터치 바가 있습니다. 위 버튼, 중간 버튼, 아래 버튼, 위로 밀기, 아래로 밀기 이렇게 총 5가지 동작이 가능하고 각 동작마다 어떤 기능을 할당하지 맘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잘 작동하지 않더군요. 여러 번 연습해봐도 잘 인식이 안되서 어떻게 쓸지 좀 더 고민 중입니다.

 

가장 잘 되는 동작은 위 아래로 밀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볼륨조절에 할당되어 있는데 이건 Fn 키 조합이 이미 있는 것이라 다른 기능을 배치할 생각입니다. 

 

 

 

영문 각인만 있습니다. 키 앞면에 Fn 키와 조합했을 때 기능이 병기되어 있습니다. Fn 키와의 조합을 잘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미니 키보드를 쓰면 안됩니다.

 

 

 

멀티미디어 기능도 충실합니다. 총 6가지 프로파일을 변경하면서 쓸 수 있습니다. 여러 게임을 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한 기능입니다만 저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아마 쓸 일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바로 이 부분, 이 오른쪽 세로 라인 하나로 난생 처음 미니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며칠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Ins 키가 괜히 아깝습니다. 요즘 Ins 키는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삽입/수정 모드를 변경하는 기능을 하지만 대부분 삽입 모드로만 쓰니 Ins 키를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는 저는 저걸 상용구 기능키로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Ins+숫자" 키를 누르면 사전에 설정된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걸 해주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특수키로 Ins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은 찾기 힘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이 다소 복잡하지만 무적의 Autohotkey를 쓰면 됩니다.

 

 

 

케이블을 연결하고 버튼도 있는 부분입니다. 커버를 뒤집어 사용해도 방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무선 연결을 쓰려면 동글을 연결하고 버튼을 On으로 켜줘야 합니다. 유선으로 쓸 때에는 케이블을 연결하면 됩니다. ROG 글씨가 적힌 것이 무선 연결 동글입니다. 보관을 위해 저 자리에 꽂으면 자석으로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력이 그렇게 세지는 않아 보입니다.

 

 

 

드디어 유선 연결. LED도 이쁘게 들어옵니다. 하지만 무선 연결에서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조명은 모두 끄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충전을 위해 일단은 유선으로 계속 연결해 둡니다. 배터리 용량을 확인하려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다양한 LED 효과를 줄 수 있고, ASUS 제품들끼리 연동되는 기능도 있습니다만 저는 쓸 일이 없습니다.

 

 

 

키캡은 체리 프로파일이고, 비키 스타일입니다. 전용 팜레스트도 함께 만들어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나중에 한글 키캡과 함께 제공되면 더 좋겠습니다.

 

 

 

옆면인데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저 불은 배터리 용량을 표시합니다. 저 기능도 꺼버릴 수 있습니다. 측면 터치 바는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문제는 타이핑하면서 왼쪽 손가락으로 터치하기가 간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인식률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간 버튼과 아래 버튼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했고, 위로 밀기와 아래로 밀기만 기능을 할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페이지업과 페이지다운으로 설정했는데 이렇게 하니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편리한 방식으로 페이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전에 구입한 키크론 K8은 30분 사용하고 바로 다시 박스에 넣었습니다. 이 제품은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몇 가지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참 좋은 제품이고, 고급스럽습니다. 다만 다양한 키조합에 제가 익숙해져야 합니다.

 

미니 키보드가 기능적으로 분명 부족한 측면이 있음에도 여전히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니 키보드는 디자인이 이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집중"입니다. 글을 쓴다든지 코딩을 한다든지 타이핑 작업에만 집중해야 할 경우 미니 키보드는 대단한 장점을 보여줍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서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고 그러면서 머릿 속 아이디어를 화면 속의 글과 코드로 쏟아낼 수 있도록 해주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우스는 최대한 쓰지 않아야 합니다. 많이 연습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미니 키보드는 엄청난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vi 편집기 시절에나 어울리지도 모를 만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쁘다는 점도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고, 게임에서 핵심적인 기능만 편리하게 제공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 미니 키보드는 충분한 장점과 매력이 있고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다른 제품들처럼 이 제품도 역시 가격이 무척 비쌉니다. 게다가 한글 키캡도 없습니다. 핫스왑 기능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터치 바는 인식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키보드를 당분간 계속 써볼 생각입니다. 고급스럽고 뭔가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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