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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해할 수 없는 야구의 불문율 하나

by @푸근 2015. 5. 28.

야구팬들은 다들 기억하는 최근 두 경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벤치클리어링까지 갔던 한화와 롯데의 경기고, 다른 하나는 경기가 끝난 뒤 신명철 선수가 강력하게 항의했던 한화와 KT의 경기입니다. 이 두 경기는 모두 경기 이외의 다툼이 발생했고, 모두 암묵적인 불문율을 어긴 행위로 벌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큰 점수 차이로 앞서 있을 때, 투수교체나 도루 등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한다는 것이 위 경기에서 문제가 되었던 불문율입니다.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불문율은 대단히 불쾌합니다. 모든 스포츠가 명문화된 규정말고도 당연하게 요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배려일 수도 있고, 전통일 수도 있고, 문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스포츠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두 경기에서 문제가 된 상황에 제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불문율이 최선을 다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큰 점수 차이로 앞서 있다고 해도 선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열심히 한 선수가 너무 열심히 했다고 빈볼을 맞아야 하고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편 선수가 빈볼을 맞았을 때 우리 편 투수가 똑같이 되갚아 준다라든가,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는 모두가 달려 나가야 한다든가 하는 문화는 기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읽힙니다만, 도루했다고 기분 상했다는 것은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난 상황에서 한쪽은 패전처리 투입해서 대충 수습하고, 다른 한쪽은 대충 경기해서 이대로 끝낸다면 돈 내고 그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뭐가 됩니까?

 

그리고 도대체 점수 차이가 얼마만큼 벌어져야 도루를 하면 안되는 겁니까? 그게 불만이면 정확하게 정합시다. 3이닝 남기고 6점차 도루금지. 이렇게 말입니다. 아니면 이건 어떻습니까? 권투처럼 기권패를 도입합시다. 이번 경기 아니다 싶으면 감독이 타월 던지고 집에 가는거죠. 다음 경기도 대비하고 좋지 않겠습니까?

 

스포츠의 불문율 좋습니다. 선수보호도 하고 그 자체로도 재미도 있죠.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서로서로 대충하겠다고 우기는 불문율은 그건 그냥 담합입니다. 전통을 살리면서 모두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주는 불문율은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를 합리화하려는 불문율은 그냥 악습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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