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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더 높아진 미국의 약값

by @푸근 2023. 2. 8.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저 역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가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의료 서비스 비용은 감당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높은 미국 의료비의 핵심에는 병원과 보험사의 문제가 흔히 지적되지만 여기에 한가지를 더 추가해야 합니다. 그것은 약값입니다. 의약품의 가격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이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통계 자료를 하나 소개합니다.

 

 

 

위 그래프는 미국에서 가격이 7만 달러가 넘는 약이 몇 가지나 되는지 조사한 자료입니다. 2014년에는 이런 초고가의 약이 50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2020년에는 이미 150가지를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약이 계속 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데 문제는 그 가격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7만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8천만 원을 가뿐하게 넘어갑니다. 환자 한 명이 한 가지 약에 8천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준의 약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도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무시무시한 상황입니다.

 

 

이 그래프는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른쪽 막대의 길이가 의미하는 것은 처방전을 포기하는 비율입니다. 의사가 이런 약을 복용하라고 처방전을 써주면 그걸로 약을 사서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 약값이 너무 비싸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추가로 2천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약을 처방받았을 경우 무려 49%의 사람들이 그 처방전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절반의 미국 시민이 약값이 비싸서 약을 포기하는 상황입니다.

 

500-2천 달러 구간은 41%가, 100-500 달러 구간도 32%가 약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새로운 약은 꾸준히 개발되고 있고 신약의 효과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데 정작 미국 시민들은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아 그런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값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신약의 개발비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약 시장이 사실 상 독과점 상태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시민들의 가처분 소득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까지 결합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즈의 기사 제목은 이렇습니다. "The Medicine Is a Miracle, but Only if You Can Afford It" 네 그렇습니다. 기적의 신약이 나와봤자 내가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소용없는 것입니다. 높은 약값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기적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니 오히려 속만 더 쓰릴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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