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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부모가 재산이 있어야 하는 이유

by @푸근 2014. 5. 8.

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과 가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좋은 날입니다. 가족이라는 게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더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족은 그 의미가 조금은 애매합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가족과 함께 무엇을 하는 것이 참 힘듭니다. 일단 함께 할 절대적인 시간조차 너무 부족하게 살고 있죠.

 

문득, 기억난 오래전 뉴스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2007년 12월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숭실대 정재기 교수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 자녀와 따로 사는 60대 이상의 부모를 소득, 교육, 연령, 성별, 결혼상태 등으로 구분하고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접촉(직접 찾아뵙는 것)의 정도 사이의 관계를 조사
  • 그 결과 소득변수와 대면접촉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 OECD 14개국에 대해 똑같은 조사를 하니, 오히려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 한국인은 정서적 지원을 가족관계에서 찾지 않는다. 가족은 그저 돈이 필요할 때 도구적으로 이용된다.

 

참고로 정재기 교수의 논문은 다음의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참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재산이 많으면 자주 찾아가고, 부모가 가난하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좋게 해석해 봅시다.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들이 부유하고 여유있게 살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찾아뵙기 힘들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씁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가족관계라면 재산이나 소득의 여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나타나야 합니다. 그건 부모의 재산과 상관없이 부모니까 만난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횟수가 많다면 좋을 겁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죠.

 

우리나라가 안좋은 측면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너무 바쁘다는 겁니다. 심지어 나름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의사들 같은 사람들조차 너무 바빠서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지 못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야근에, 특근에 집에 있을 시간이 없죠. 학생들은 또 학생대로 집에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그러죠. 여유가 있어여 뭐든 할 수 있는 겁니다. 왜 자주 만나지 못하냐구요? 시간이 있어야 만나죠. 한정된 시간을 돈버는데 올인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왜 다른 걸 못하냐고 비난하는 건 우선 순위가 잘못된 말일 수 있습니다. 왜 재산이 있는 부모들은 시간을 내서 만나냐구요? 시간을 투자의 자원으로 만들어버린 게 이 사회의 기본원리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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