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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속되는 것과 세습되는 것

by @푸근 2015. 1. 5.

어떤 땅콩 한 봉지로 시작된 일이 태풍으로 발전했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쏟아지고 그 땅콩의 매출이 급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드라마에서나 만날 수 있던 친숙한 한국의 재벌문화를 보다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재벌가의 위기는 기업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기에 멈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더 나아가 지금 감옥에 있는 어떤 재벌가 사람을 가석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주장이 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참 역겨운 소리입니다.

 

만약 특정 사람 몇몇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일단 그 상태 자체가 비정상적입니다. 그리고 경제가 나빠질 것을 내세워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는 성공한 범죄자임을 입증할 뿐입니다.

 

재벌 자제들은 이런 저런 것들을 상속받습니다. 하지만 상속받는 것과 세습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자기 부모의 재산이 몇 억이든 몇 조이든 간에 정해진 세금만 제대로 납부한다면 상속을 하든말든 그건 그 사람 고유의 권한이고 다른 이들이 뭐라 왈가왈부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속되는 것은 딱 그것까지입니다. 그 이상의 것을 가져가기 때문에 재벌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재벌가 자제들이 입사한 후 고위 임원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습되는 것입니다. 이재용 부사장은 입사 10년만에 부사장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승진이지만 다른 재벌가보다는 오히려 더 느립니다. 삼성에 입사한지 10년만에 이와 비슷하게 승진한 사례가 과연 이재용 부사장말고 또 있을까요? 삼성에 근무하는 수십만 명의 인재 중에서 이재용 부사장이 가장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재라서 그 자리에 올랐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재용 부사장은 다른 재벌가 자제들보다 실력이 엄청 떨어지나 봅니다. 재벌가 자제들에게 세습을 문제삼는 이유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저런 엄청난 특혜를 얻고서는 회사는 내 것이고, 그러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 땅콩 한 봉지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회사를 내 것이라고 하고 싶으면 주식회사를 하면 안됩니다. 미국의 델(Dell)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주식회사를 했으면 자기가 소유한 지분만큼만 주인인 겁니다. 그 이상을 가져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특혜이고, 세습되는 것입니다.

 

좋은 부모님들 만나 큰 재산을 물려받았다면 세금이나 잘 내고 소유한 주식에 대해 배당금이나 잘 받아가시면 됩니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면 됩니다. 존재 자체가 실력이었던 시대는 이미 수백 년 전에 피를 보면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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