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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파이롯트 캡리스 만년필 페르모 구입

by @푸근 2019. 6. 5.

작년에 워터맨 만년필 하나를 구입했었습니다. 퍼스펙티브라는 만년필인데 워터맨 제품의 라인업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제품이지만 겉모습 하나 만큼은 정말로 멋진 펜입니다. 흔히 모던하다고 말하는 딱 그 느낌으로는 최고입니다.

 

그런데 저와는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뚜껑입니다. 만년필에서 뚜껑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왜냐하면 뚜껑으로 닫아두지 않으면 잉크가 말라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뚜껑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워터맨 퍼스펙티브는 무게가 무거운 편입니다. 그래서 사용할 때 뚜껑을 뒷부분에 꽂아주고 쓰기엔 많이 불편합니다. 가뜩이나 무거운 편인데 뚜껑까지 꽂으면 무게중심이 더욱 뒤로 쏠려 글씨쓸 때 힘을 더 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뚜껑은 옆에 두고 그냥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분실의 위험이 높아지겠지요. 물론 잘 주의하면 문제없겠지만 전 이게 너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잘 닫아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잉크가 말라버린 경우를 경험하고 나선 이 제품의 사용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잘 청소해 둔 뒤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뚜껑이 없는 만년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캡리스라고 부르더군요. 파이롯트에서 만든 제품이 널리 알려져 있더군요. 그래서 전 바로 검색해 보았고, 파이롯트 데시모페르모 두 가지의 캡리스 만년필 중 페르모를 구입했습니다.

 

이 두 가지 제품 모두 뚜껑이 따로 달린 것이 아니라 볼펜처럼 닙을 꺼냈다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데시모는 일반적인 볼펜처럼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고 페르모는 누르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차이입니다. 버튼식 데시모가 조금 더 저렴하지만 똑딱거리는 소리가 신경쓰일 수 있다고 해서 저는 회전식인 페르모를 구입했습니다.

 

 

 

박스입니다. 만년필은 참 포장이 멋집니다. 어차피 요즘 만년필을 쓴다는 사람은 실용적인 것만 고려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이런 포장은 제법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었습니다. 파이롯트는 일본 기업입니다.

 

 

 

종이 박스를 열면 만년필이 들어있는 진짜 상자가 나옵니다. 이 상자는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기본적인 내용물이 있습니다. 간단 설명서, 제품보증서, 검은색 카트리지 하나, 그리고 만년필 본체. 이것이 전부입니다.

 

 

 

검은색 카트리지입니다. 기본적으로 딱 하나 줍니다. 당연히 카트리지와 컨버터 두 가지 모두 지원합니다.

 

 

 

비닐로 한번 더 포장되어 있습니다. 겉에 상처 생기지 말라고 한 것이겠지요.

 

 

 

드디어 본체 개봉. 페르모 만년필은 총 4가지 색상이 있습니다. 검정, 파랑, 녹색, 은색. 하지만 은색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색은 모두 짙은 색 계열이라 언듯 보면 다 검정색 계열처럼 보입니다. 지난 번 워터맨 퍼스펙티브로 검정색이고 해서 이번엔 정반대로 밝은 색을 선택했습니다. 첫인상은 괜찮습니다.

 

 

 

저 구멍에서 펜촉이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구멍 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나오는 펜촉은 매우 작습니다.

 

 

 

뒷부분이 바로 돌리는 부분입니다. 여길 돌리면 펜이 나오고 반대로 돌리면 들어갑니다. 걸리는 느낌은 나지만 소리는 전혀 나지 않습니다. 똑딱거리는 느낌이 싫으시다면 데시모보다는 페르모를 선택해야 합니다.

 

 

 

돌려서 펜을 꺼낸 상태입니다. 끝부분만 살짝 나옵니다. 저는 이것이 전형적인 기존 만년필보다 더 멋있는 듯 합니다.

 

 

 

펜이 들어간 상태인데, 저렇게 열린 상태에서 닙이 그냥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안쪽 깊은 곳에으로 쏙 들어갑니다. 뚜껑이 또 달린 것은 아닌데 벽쪽으로 붙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아무튼 저렇게 구멍이 열려져 있어도 잉크가 쉽게 날아갈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분해한 모습입니다. 밑에서 두번째 있는 것은 카트리지 커버입니다. 컨버터 쓸 때는 필요없습니다. 닙 뒤쪽에 투명한 플라스틱이 꽂혀 있습니다. 보호용으로 꽂아둔 것 같습니다. 저 자리에 카트리지나 컨버터를 꽂아 쓰면 됩니다.

 

 

 

컨버터와 카트리지입니다. 컨버터도 함께 구입하긴 했지만 둘 중 어떤 걸 쓸지 결정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를 해보고 나니 바로 카트리지로 결정했습니다. 잉크의 용량 차이가 너무 큽니다. 컨버터에 들어가는 잉크는 카트리지의 절반도 되지 않을 듯한 느낌입니다. 기본으로 주는 카트리지를 쓰고 저기에 주사기로 전에 쓰던 잉크를 주입해서 써야겠습니다.

 

 

 

카트리지를 꽂기 위해 준비합니다. 닙이 얇아서 대단히 날렵해 보이고 무엇보다 잉크가 덜 날아갈 것 같습니다.

 

 

 

카트리지 준비 완료. 이대로 꽂아주면 됩니다.

 

 

 

카트리지 장착. 나사선에 홈이 파여져 있는데 저 홈에 맞춰 조립해주면 됩니다. 카트리지 장착하고 커버 씌우고 배럴 조립하면 끝.

 

 

 

드디어 나왔습니다. 바로 이 부분. 캡리스 만년필이 나에게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바로 이 부분이 결정합니다. 만년필은 잉크가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닙이 위쪽으로 향하도록 결합하여 보관합니다. 그래서 꽂는 부분이 그런 방향이 되도록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캡리스 만년필은 캡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꽂는 부분이 닙쪽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면 실제로 필기할 때 걸리적 거릴 수 있습니다. 저 부분이 불편하다면 이 만년필은 절대로 쓰면 안됩니다.

 

그런데 저는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글을 쓸 때 만년필의 방향을 항상 일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저한테는 딱 맞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 글자 써봤습니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검정색 잉크는 생각보다 검지 않았습니다. 빨리 다 쓰고 전에 쓰던 오로라 블랙잉크로 채워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닙이 정말 얇습니다. 일본 만년필이 전반적으로 더 가는 편이라고 듣긴 했지만 정말 그런가 봅니다.

 

 

 

캡리스 페르모 18K라고 적힌 부분 한번 찍어봤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그리고 무게도 저에겐 나쁘진 않았습니다. 데시모보다 페르모가 스펙 상으로 약간 더 무겁고, 워터맨 퍼스펙티브보다는 약간 가볍습니다. 그래서 제 기준에서는 별 다른 불편함없이 쓸 수 있는 무게이면서 약간 묵직한 느낌도 드는 딱 그런 경계의 무게였습니다.

 

 

이 제품을 구입할 때는 캡리스라는 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만, 구입해서 막상 써보니 끝부분만 살짝 나와서 아주 얇은 촉으로 글씨가 날렵하게 써지는 것이 정말 맘에 드는 포인트였습니다. 구입할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참 멋집니다.

 

펜 자체의 디자인은 워터맨의 퍼스펙티브가 전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쓸 때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반면 파이롯트의 페르모는 캡리스 형식이면서도 글씨 쓰는 것이 훨씬 더 편합니다. 아무래도 퍼스펙티브는 관상용 펜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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