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 사이의 정치적 양극화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결과에 대한 이런저런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단편적인 것들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아마도 종합적인 복기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단편적인 결과 중에서도 선명하게 부각되는 지점들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도시지역은 민주당지지자들이 더 많은 편이고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가 더 높게 나옵니다. 농촌지역은 당연히 그 반대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다른 나라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문제는 그 경향성이 더욱 심화되어 편향의 격차가 훨씬 더 커졌다는 점입니다.

 

출처 : https://www.nytimes.com/elections/results/president

출처 : https://www.npr.org/2016/11/14/501737150/rural-voters-played-a-big-part-in-helping-trump-defeat-clinton

 

 

위 그림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미국 대선 선거결과 그림 중 일부를 캡춰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미네소타주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긴 주로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클린턴이 46.9%를 득표하여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럼 이 미네소타주의 후보별 득표상황을 카운티별로 자세히 봅시다.

 

 

바로 이렇게 됩니다. 위의 미네소타주는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지만, 자세한 그림으로보니 파란색이 아니라 온통 빨간색입니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곳은 윗쪽에 Duluth, 중간에 미네아폴리스, 그리고 아래에 로체스터 지역뿐입니다. 면적으로보면 미네소타의 극히 일부분에서만 클린턴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클린턴은 결국 이 주에서 승리했습니다.

 

이것의 의미가 뭘까요? 이는 바로 이 세 지역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이란 점입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는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모두 이겼다는 뜻입니다.

 

 

위 그림은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사이의 후보별 득표를 추정한 자료입니다. 왼쪽부터 도시, 교외, 그리고 농촌지역입니다. 도시지역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높고, 농촌지역에서는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높습니다. 그리고 2008년, 2012년, 2016년으로 갈수록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가 감소하고 공화당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도시와 농촌 사이의 편향은 확실히 드러납니다.

 

 

역시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와 농촌 구분을 세분화하여 조사한 결과입니다. 위에서부터 인구 백만 명이 넘는 대도시, 인구 25만-백만의 도시, 25만 이하 도시, 2만의 도시주변, .... , 2천5백 이하의 농촌, 이런 식으로 지역의 규모를 세분화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뚜렷합니다. 인구의 규모가 작아지는 지역일수록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높았습니다.

 

 

이번에는 2012년 대선과 비교해서 민주당의 클린턴과 공화당의 트럼프가 얼마다 더 표을 얻었는지 혹은 잃었는지는 지역별로 나눠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지역 구분은 바로 위 그래프와 같습니다. 클린턴은 도시건 농촌이건 모든 지역에서 2012년 오바마의 득표보다 더 적은 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감소의 정도는 도시보다 농촌이 더 큽니다. 대략적으로 보자면, 클린턴은 인구 2만 이하의 지역에서 8-9% 득표가 감소했습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백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2012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트럼프가 역전할 수 있었던 포인트인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편향성이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가 수도권에 그리고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농촌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당연히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나 단 한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승리한다는 기본적인 룰을 고려하면 도시지역의 의견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도 맞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국토가 넓어 후보가 많은 지역을 다니기도 쉽지 않은 그런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