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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미국 대선의 도농 격차 심화

by @푸근 2020. 12. 28.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도 힘든 202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펜데믹이 모든 것을 뒤덮어버린 한 해였습니다. 펜데믹을 제외하면 그래도 중요한 이벤트로 올해에는 미국 대선이 있었습니다. 미국 대선의 공식적인 절차는 종료되었고 내년엔 취임식이 진행됩니다. 트럼프가 여전히 저항하고 있긴 있긴 하지만 민주주의의 대원칙에 대한 불필요한 저항은 사회만 더 망가뜨릴 뿐입니다. 그가 하루 빨리 정상적인 세계로 귀환하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번 미국 대선은 이전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시와 농촌의 정치적 차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미국 대선 개표과정에서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넓은 미국 주에서 작은 면적만 차지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실제 투표 수는 훨씬 더 앞서가는 모습 말입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 바이든이 크게 이겼기 때문에 면적만 넓을 뿐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은 농촌지역에서 승리한 트럼프를 따돌리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 만큼 미국에서 도시와 농촌의 정치적 격차가 커졌습니다. 

 

그럼 얼마나 커졌을까요? 관련 그래프 하나를 같이 봅시다.

 

 

 

위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인구밀도를 로그 스케일로 나타낸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을 의미합니다. 세로축은 민주당이 공화당 대비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표를 얻었는가 하는 상대적 수치의 변화량을 의미합니다. 말로 쓰니까 좀 복잡해 보입니다만 어렵지 않은 개념입니다. 어떤 지역에서 2016년에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100표를 더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2020년에는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110표를 더 받았다고 하면 득표의 margin이 10%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입니다.

 

파란색 원은 각각의 카운티를 나타내고 원의 크기를 총 투표수를 의미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원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표현했더니 명확한 양의 상관관계가 드러납니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민주당의 상대적인 득표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반대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로그 스케일이란 점을 주목하면 이 경향성을 훨씬 더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 선거가 주 별로 선거인단을 승자독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이기는 방식이었다면 민주당은 더 쉽게 승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 전망은 더욱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괴한 방식의 미국의 선거제도는 각 주에서 60%지지로 승리하든 80%지지로 승리하든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시에서 민주당의 지지가 더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민주당이 추가로 얻는 이익은 없습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더 잃어도 손해볼 것이 없는 공화당에게는 참 좋은 선거방식일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가 건설된 이후 정치지형이 크게 변화하는 지역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시화의 경향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유입을 가져오고 이들의 집중이 정치세력의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 자체는 거스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사회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민주적인 원칙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부디 2021년에는 모든 측면에서 양극화가 완화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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