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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일 뿐: 어떤 사람 A

by @푸근 2015. 6. 28.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6단계만 건너면 모든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도 하죠. 하지만 그 연결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은 여전히 몇몇 사람일 뿐입니다.

 

그럼 반대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사람일까요? 혹은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윤상의 "어떤 사람 A"라는 노래입니다. 2003년 발매된 그의 다섯 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너에게 나는 그저 어떤 사람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목에 붙은 A라는 알파벳 하나가 그 느낌을 배가시켜 줍니다. 마치 연극 배역에서 "행인 2"와 같은 느낌은 A라는 알파벳 하나로 만들어냈습니다.

 

널 위한 무대 위에서 난 언제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
이름도 없이
대사도 없이

 

세상은 각자 모두에게 하나의 무대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무대이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은 결코 일인극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무대와 겹쳐집니다. 그래서 내 무대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의 무대에서는 그저 "그냥 지나가는" "어떤 사람 A"일 뿐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 아닌 의미를 부여받은 그런 관계가 되면 좋겠지만, 비극은 언제나 비대칭에서 벌어집니다. 비극을 꼭 희극으로 바꾸어야 할 의무감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반대로 저 사람의 무대에서 나는 "어떤 사람 A"일지라도 또 다른 사람의 무대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무대에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 비극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 무대여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뭐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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