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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 On My Own

by @푸근 2015. 8. 23.

이 글은 예전에 다른 곳에 게시했던 글입니다. 이제는 그곳이 없어져서 백업의 의미로 내용을 약간 수정하여 이곳으로 옮깁니다.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구성된 독특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덕분에 도저히 극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눈깜빡거리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집중해서 빠져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장발장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감정적 동화를 일으키는 연민의 캐릭터는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진 마이너한 캐릭터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에포닌(Éponine)이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사실 이는 에포닌 역을 맡은 사만다 바크(Samantha Barks)의 연기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극 중에서 에포닌은 빈민가 출신에, 부모는 사기꾼입니다. 귀족집안의 잘생긴 청년 마리우스를 짝사랑하지만 단지 짝사랑일뿐 스스로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길 포기합니다. 그러면서 마리우스가 좋아하는 코제트를 만날 수 있도록 마리우스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딴 여자랑 만나도록 도와주는 비현실적인 배역이지만 사만다 바크는 이 모순적이면서 가련한 인물을 정말로 잘 표현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안에 빠져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정말로 "불쌍한" 캐릭터가 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포닌이고, 다른 하나는 가브로슈(Gavroche)입니다. 가브로슈가 어린 나이에 희생되어 안타까운 캐릭터이지만, 에포닌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총을 맞고 죽어가면서도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편지를 전해주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비련의 캐릭터입니다. 사실, 진짜로 "불쌍한" 사람들은 바로 이들일텐데, 이들의 희생으로 행복하게 사는 건 부자집 청년 마리우스와 인형처럼 아름다운 코제트입니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겪어야만 했던 판틴, 장발장, 에포닌, 가브로슈 모두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진짜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감동적인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의 여러 노래 중 그런 감동적인 노래라면 단연 에포닌이 부른 "On My Own"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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