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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예비용까지 구매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

by @푸근 2020. 2. 19.

흔히 매니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두 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하나는 자신이 실제로 사용하는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소장용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소장용은 포장을 뜯지 않고 그대로 잘 보관한다고 합니다.

 

제가 특정 브랜드에 대한 매니아는 아니지만 사용하면서 무척 맘에 들어 아직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비용으로 미리 구입한 물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짓이 다 부질없는 짓거리라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1. 로지텍 K810 키보드

 

로지텍 K810 키보드는 블루투스 방식의 미니 키보드로서 제가 가장 만족스럽게 사용한 제품입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쓰다가 우연히 만난 펜터그래프 방식 키보드인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 밖의 만족감을 주던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기있던 이 제품이 단종이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아마존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저도 하나 또 구입했습니다. 그 물건은 영문판이지만 아직까지 포장도 뜯지 않은 말 그대로 소장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니 저의 취향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새로운 물건은 계속 세상에 등장합니다. 저는 현재 다시 기계식 키보드로 돌아와서 이전보다 저에게 더 잘 맞는 제품을 잘 찾아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포장도 뜯지 않은 K810은 아마 다시 사용할 일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찾지 않다 보니 사실 그 박스를 어디다 처박아 두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이사갈 때나 재발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MadCatz MOUS 9 무선 마우스

 

이 마우스는 디자인 참으로 멋진 녀석이었고, 그 점 때문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했습니다. 물리적인 크기 조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사용자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이 대단히 많은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그 점이 너무 맘에 들어 잘 쓰고 있었음에도 또 하나 새 제품을 구입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계속 쓰다보니 이 제품의 단점이 드러나게 되고 무엇보다도 내구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회사가 아직 존재해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습니다. 아무튼 이 마우스는 시간이 지나 저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고 덕분에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은 역시 어딘가에 처박혀 잠들어 있습니다. 애써 찾고 싶지도 않은 그런 상태인 것입니다.

 

 

#3. Steelseries Qck 미니 마우스 패드

 

오래전 마우스 패드에 괜히 꽂혀서 이런저런 마우스 패드를 마구 써본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재질의 마우스 패드를 사용해 봤지만 저는 일반적인 천 재질의 마우스 패드가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는 사이즈가 잘 없었습니다. 저는 마우스 커서의 속도를 대단히 빠르게 놓고 씁니다. 이렇게 하면 실제 마우스는 패드 위에서 조금만 움직이지만 화면 속의 마우스 커서는 많이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크기가 매우 작은 마우스 패드를 선호합니다. 면적이 넓은 마우스 패드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책상 위 공간의 낭비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저의 스타일을 잘 맞춘 제품이 바로 스틸시리즈 Qck 마우스 패드입니다. 이 마우스 패드는 여러 크기로 나오는데 그중 가장 작은 미니 사이즈가 저에게 완전히 딱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여러 개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이런 사이즈가 흔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지금까지 잘 쓰던 마우스 패드가 너무 더러워진 듯 해서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이전에 사둔 물건을 이리저리 찾고 있는데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하려고 검색해보니 여전히 잘 팔고 있고 가격도 이전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미 물건을 사둘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제가 예비용까지 추가로 구매한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위에 나열한 것이 아마 거의 전부일 겁니다. 그런데 미리 구입한 짓은 결국 돈 낭비, 시간 낭비, 공간 낭비일 뿐이었습니다. 그냥 필요할 때 새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지금 이 물건이 엄청 맘에 든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여길 이유도 없습니다. 나날이 더 좋은 새로운 물건이 나온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참 부질없는 짓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쓸데 없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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